대도동 골목길
재환
난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대도동 골목길을 지난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코트 깃 올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어김없이 지난다
붉은 벽돌집 담장 안 해바라기는
해를 따르다 말고 내게 눈 돌려 인사를 한다
골목길 모서리 세탁소에서는 흰 수증기가
한 집 건너 슈퍼에서는 빈병이 나란히 도열해 나를 배웅한다
진돗개도 삽살개도 꼬리 흔들며 나를 반긴다
3백 미터 대도동 골목길에는
찬바람 외에도 보통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휘 몰아친다
열린 대문마다 내뿜은 사람 사는 냄새가 휘감겨 온다
다음 달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꼬불꼬불 대도동 골목길에
추억이 쌓이고 희망도 쌓일 게다
꽃이 유난히 많은
대도동 그 골목길 끝에는
내 삶의 찌꺼기를 걸러 줄 종합병원 투석실이 있다
하얀 가운 입은 천사들이 까치발 들고 기다리고 있다.
*대도동은 포항시 도심 주택가에 위치해 있으며 포스코 대로변에는 은행과 종합병원, 상의, 한국통신 등 주요 기관들이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