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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pr 22. 2023

#시가 있는 봄(82)-대도동 골목길

대도동 골목길

                     재환

난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대도동 골목길을 지난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코트 깃 올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어김없이 지난다


붉은 벽돌집 담장 안 해바라기는 

해를 따르다 말고 내게 눈 돌려 인사를 한다

골목길 모서리 세탁소에서는 흰 수증기가

한 집 건너 슈퍼에서는 빈병이 나란히 도열해 나를 배웅한다

진돗개도 삽살개도 꼬리 흔들며 나를 반긴다


3백 미터 대도동 골목길에는

찬바람 외에도 보통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휘 몰아친다

열린 대문마다 내뿜은 사람 사는 냄새가 휘감겨 온다


다음 달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꼬불꼬불 대도동 골목길에 

추억이 쌓이고 희망도 쌓일 게다 


꽃이 유난히 많은 

대도동 그 골목길 끝에는 

내 삶의 찌꺼기를 걸러 줄 종합병원 투석실이 있다

하얀 가운 입은 천사들이 까치발 들고 기다리고 있다.     

*대도동은 포항시 도심 주택가에 위치해 있으며 포스코 대로변에는 은행과 종합병원, 상의, 한국통신 등 주요 기관들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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