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해변에서
재환
철썩, 쏴~, 철썩, 쏴~
동해를 건너온 파도가 제 할 일 다 했다며 엎어진다
나는 반가워 떼구루루 구르며 온몸으로 반긴다
이 얼마 만인가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어미 닮은 바위가 손을 흔들고 있다
수백 년 전 어머 품을 떠난 새끼는
어느새 자손을 퍼뜨려
몽돌이 된다
몽돌해변에 서면
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다
파도가 밀려오는 대로
상선이 지나가는 대로
나는 내 몸 굴려 박자만 맞추면 된다
몽돌에 해초를 섞어 버무린다
파도는 오물조물 잘도 씹는다
몽돌해변에 서면
나도 어느새 둥글둥글한 사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