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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y 26. 2023

#시가 있는 봄(103) 몽돌해변에서

몽돌해변에서

              재환   

철썩, 쏴~, 철썩, 쏴~

동해를 건너온 파도가 제 할 일 다 했다며 엎어진다

나는 반가워 떼구루루 구르며 온몸으로 반긴다

이 얼마 만인가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어미 닮은 바위가 손을 흔들고 있다

수백 년 전 어머 품을 떠난 새끼는 

어느새 자손을 퍼뜨려

몽돌이 된다


몽돌해변에 서면

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다

파도가 밀려오는 대로

상선이 지나가는 대로

나는 내 몸 굴려 박자만 맞추면 된다


몽돌에 해초를 섞어 버무린다

파도는 오물조물 잘도 씹는다

몽돌해변에 서면

나도 어느새 둥글둥글한 사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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