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오랑 Jun 20. 2023

#시가 있는 여름(112)- 석류

석류

                   재환

빼곡히 들어선 알이라 얕보지 마라

클레오파트라가 미인이라고 함부로 빈정대지 마라

시큼한 맛에 반하면 갱년기도 잊게 하는 것을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다 얕보지 마라

아이 낳기 싫어하는 새댁 보면

지금이라도 마음 고처 먹을 것을     

한 백 년쯤 지켜봐라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치 알 때 즈음이면

장미 가시에 찔리는 것보다

석류나무 가시에 찔리는 것이 

더 시리고 아프다는 것쯤은 알게 될 것을     

다만 가을의 중간, 중추가 되면

유혹하는 본성 버리지 못해 

지나가는 남정네만 보면 헤벌레 입 벌리니

나도 이쯤 해서 서푼 지조를 꺾고

한 움큼 씹어 기력이나 보해 볼 거다.     

작가의 이전글 #시가 있는 여름(111) 라디오 키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