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키드
재환
새벽에 라디오를 틀면 생뚱맞은 일기예보가 나온다
동해 해상에 파도가 3,4미터로 높게 일고
대화퇴어장엔 풍랑주의보 내려졌단다
과연 거기는 어디일까?
점심때 라디오를 틀면 아저씨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DJ는 이런 노래의 가사가 서정적이라며 편을 든다
1시간 내내 그런 자화자찬을 하는 걸 보니 그 또한 40대이다
저녁 무렵 라디오에선 차가 밀린다는 교통방송이 흘러나온다
57분이면 어김없이 나와 갈 길을 재촉한다
한밤중 라디오에서는 최대한 속삭이는 시늉을 한다
마치 내 연인이라도 되어 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꿈속에라도 나타나 줄 것처럼 유혹한다
라디오로 아침을 시작해 라디오로 잠이 드는 나는
분명 라디오 키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