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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un 23. 2023

수필) 소 방귀

소 방귀

        재환
 초식동물인 소는 풀을 뜯어먹은 뒤 방귀나 트림을 내뿜는다. 이 방귀와 트림의 주성분이 바로 메탄인데 메탄은 열을 붙잡아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귀한 대접을 받던 소들이 최근에는 환경론자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소를 키우는 농장주들까지 덩달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 한 마리가 매일 내뿜는 메탄의 양이 800~1000ℓ에 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바로 소 등 가축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메탄이라고 하니 과히 우려할만한 수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들에게 어떤 먹이를 먹여야 방귀와 트림을 적게 하게 할까에 대한 연구도 세계각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덴마크 연구진은 소화가 용이하고 메탄을 덜 뿜어내는 일명 ‘슈퍼 잔디’를 개발에 나섰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연구진은 소 등 가축 먹이로 사용되는 풀의 DNA를 분석한 뒤, 이를 소의 소화기관과 접목시켜 가장 빠르고 ‘깨끗하게’ 소화되는 개량 풀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약 23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연구의 주된 목적은 단순히 소에게서 메탄을 덜 뿜어내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소가 더욱 영양가 있는 풀을 먹고 이를 통해 우유 생산량도 늘리는 방안까지 연구하는 것이다.  현재 오르후스대학 연구진은 현지 종묘회사인와 손잡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풀 종자 개발에 애쓰고 있는 가운데, ‘슈퍼 잔디’는 오는 2024년 시판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하고 있다.
 소에게 해초를 먹이는 방안도 학계는 물론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 데이비스 대학의 연구진은 해초의 일종인 바다고리풀을 소에 먹이는 실험을 통해 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 올초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초를 소량 투입해도 투입량에 따라 메탄가스 배출이 최소 24%에서 최대 58%까지 줄어들었다. 

바다고리풀은 세계 도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초지만 상업적으로 재배되지는 않고 있어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오스트랄리스 애쿼컬처 사는 수경재배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파국을 막기 위해 서방국가들의 소고기 소비량이 90% 감소돼야 하고, 콩을 4~5배 더 섭취하는 등의 식습관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런 식습관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보고서는 2050년 100억 명이 살게 될 지구의 생태환경이 한계점을 넘는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우를 가장 많이 키우는 경북, 그중에서도 경주와 상주가 문제다. 이 추세라면 소고기 소비 축소는 시간문제다. 7 만두가 넘는 소를 키우는 이들 지역 축산 농가를 위한 대처방안을 서서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 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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