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의 바다
재환
동해바다는 나의 희망이었습니다
안개 낀 새벽녘 서방님이 배를 타고 나가면
난 가자미가 좋아하는 새우미끼를 끼웠습니다
서방님이 돌아와 차린 밥상에는
언제나 동해가 가득했습니다
동해에서 잡힌 가자미는
스스로 시장 좌판에 올라앉아
내게 안락한 보금자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아방궁보다 더 편안한 그곳에서
우리는 딸 하나를 더 낳았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매일 아침 까치가 찾아와 시샘했습니다
누가 질투를 했을 까요
꽁초를 물고 나간 서방님은 사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시장 바닥을 누비고 다닌 지 어언 5년
서방님이 없는 서러움에
내 목소리는 어느새 시장을 쩌렁 울립니다
억척스러워졌지요
절반은 남정네가 됐지요
서방님 이제는 동해 바다와 잘 사세요
나는 우리 아이들과 잘 살겠습니다
서방님 가끔은 꿈속에서라도 찾아와
동해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그때마다 아이들 가슴속에
서방님의 미소를 새겨 놓겠습니다.
*서방님을 잃은 죽도시장의 어느 새댁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