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사장에서 노다지를 캐다

동전은 기본, 금반지까지 묻혀있는 곳

by 연오랑

“제발 금반지 좀 찾아주세요”

30대 중후반쯤 돼 보이는 아주머니가 바다 파출소를 찾아와 경찰관의 소매를 붙잡고 애원하고 있었다.

사연인 즉 이 아주머니는 9살과 7살 난 두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곳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왔다가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곳으로 피서를 온 이유는 몇 해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 이곳 해수욕장에서 수년 째 조개잡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참가자들이 조개를 한 자루 가득 잡는 광경이 방영되면서였다. 그때 아이들 아빠가 아이들에게 내년에는 저곳에 꼭 한번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해 겨울 아이들 아빠는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고 아이들과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큰아들이 5살 때의 일인데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여름이 되면 엄마를 졸라 한번 가보자며 보채기 시작해 올해 큰마음먹고 이곳으로 피서를 왔다고 했다.

백사장 한편 야영장에 텐트를 친 이들 가족들은 도착한 날 오후부터 시원한 수박과 음료수를 마시고 저녁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고는 등 신나게 놀다가 시원한 텐트에서 단잠을 잤다.

하지만 백사장 텐트 생활은 서툰 데다 백사장의 특성을 몰라 잠자리에 들면서 물건들을 가지런히 챙겨두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바닷물에 뛰어 들어간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텐트를 정리할 시간이 없었고 점심시간 때쯤 돌아와 보니 텐트 안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사람의 침입한 흔적은 없는데 간간히 불던 바람에 텐트 안 물건들이 날리고 쏟아져 머리맡에 놓아둔 시계와 반지중 반지만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로서는 남편이 준 징표라고는 하나뿐인 결혼반지를 잃어버렸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어째...” 라며 혀를 끌끌 차며 바다 파출소를 나왔다.

밖으로 나와 야영장 쪽을 쳐다보니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워서 인지 예년보다 더 많은 피서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아마도 최근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야영 붐이 올해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텐트 야영은 민박이나 호텔 콘도 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특히 해변에서의 텐트 야영은 누구에게나 많은 추억을 남기고 인연을 만든다.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지고 편리한 콘도와 호텔, 펜션이 늘어나도 텐트 야영이 줄지 않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멋과 낭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텐트 야영은 저녁때가 되면 위력을 발휘한다. 맛있는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고 오래간만에 여자들은 조리에서 해방이 되고 대신 남편들이 음식 솜씨를 발휘한다. 매일 잠만 자던 아빠도 진가를 발휘하게 되고 군대생활의 무용담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그날 나는 텐트가 여러 동 쳐져 있는 야영장 족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낮에 본 아주머니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러 왔다가 마지막 남은 남편의 흔적을 잃어버렸으니...

나는 피서객들이 돌아가는 일요일 오후를 기다렸다. 그리고 40여 년 전 즐겨하던 보물 찾기에 오래간만에 나섰다.

보물 찾기라고 하면 너무 거창 할런 지는 모르지만 당시 내게, 아닌 동네 우리 또래들에게는 보물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이유인즉 이렇다. 백사장에서는 일단 물건을 잃어버리면 찾기가 힘들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란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특히 보석이나 동전 같이 작은 물건을 잃어버리면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온 백사장을 다 뒤집지 않는 한.

하지만 우리는 백사장을 다 뒤집는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손 치더라도 온 백사장을 다 뒤집지는 못한다.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서 보물(?)을 찾는다.

그곳이 바로 야영장이다. 텐트를 치던 이곳은 동전도 보석도 이 아주머니처럼 잃어버릴 확률이 가장 높고 일단 잃어버리면 찾기는 여간해서는 찾기가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 찾을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또래 개구쟁이들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이런 보물 찾기로 짭짭한 부수입(?)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경찰서에 신고를 해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일이지만 당시 경찰서와 지서는 50리 밖에 있고 잃어버린 중니도 어디서 잃어버린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찾아 줄 방법도 없었다.

일요일 오후 나는 찢어진 모기장 한쪽과 플라스틱 삽을 들고 바다로 향했다. 마침 궂은 날씨 때문인지 바닷가는 한산했다.

나는 아주머니가 텐트를 쳤다는 장소 주위부터 보물 찾기에 나섰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야영장을 뒤진 지 10여분 만에 아주머니 것으로 추정되는 반지를 찾아냈다. 반지를 찾다가 주변에서 100원짜리 동전과 500원짜리 동전 2500원도 함께 찾았다.

바다 파출소에 들어서니 의경인 듯한 청년이 꾸벅꾸벅 졸다가 나를 맞았다.

아주머니의 진술서에는 다행히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

며칠 뒤 해양경찰서(당시에는)에서 연락이 왔다. 반지의 주인께서 매우 고마워하시더라는 말과 그리고 서장님께서 표창을 하시고 싶어 한다는 말과 함께...

그제야 나는 내 신분을 밝히고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참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릴 적 천하의 개구쟁이 노릇을 하던 때 익힌 보물찾기 솜씨가 이렇게 남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니...

아주머니가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도 나는 위로가 됐다.

더운 여름, 더구나 바닷가에서 살지 않으면 가지지 못하는 추억 중의 하나다.

여러분! 바닷가 백사장으로 피서가 신다면 분실물에 유의하세요!

* 이 글은 2013년 8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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