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선생

'님'자도 아까운

by 이뉴

드디어 중학교에 올라갔다. 불멸의 우정을 다짐했지만 서로 다른 중학교로 흩어짐과 동시에 사라지는 초6의 우정을 뒤로한 채, 나는 많은 친구들과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키도 작았고, 지금과는 다르게 아주 참하게 생겨서 맹수인척 하는 무리들 사이에서 은연중 뒤로 처지게 되어 있었다.


그때, 담임은 여자였는데, 선생‘님’ 자를 붙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심각하게 못된 선생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촌지 받던 시설은 한참 전에 끝났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선생은 아니었다. 눈으로 본 건 없지만,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진 무리 중에 이미 탑으로 성장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보호해 주고 용서해 주는 것이었다. 같은 잘못을 저질렀어도 오히려 더 적게 잘못한 친구만 된통 혼나고 맞았다. 정의가 이것이라면 대한민국은 오늘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눈에 안 띄게 살아남으려고 했는데, 결국 그놈 레이더에 걸렸다. 온갖 요사스러운 짓을 다해서 내가 선생에게 걸리게 했다. 음란서적도 아니고 사진 한 장이 내 책상 서랍에 있었다. 왜 그날따라 책상 서랍을 검사했을까. 심히 의심이 간다. 결국 죽도록 맞았다. 학생부실도 끌려가고 엄마의 귀에도 들어갔다. 집에 가서도 죽도록 맞았다. 말이 안 되는 게 나는 그것을 구할 곳도 없고, 집에는 컴퓨터도 없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어른들의 여론은 나를 희대의 변태로 모는 것으로 택했나 보다.


언사가 거친 것은 이해해 주어야 한다. 살면서 처음 느꼈던 이 억울함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의 나는 이 감정을 이해할 리도 없었고, 곧 분노로 바뀌어 ‘X 같은’ 선생과 양아치 일진 놈에게 그리고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엄마에게로 뻗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가스라이팅 당한 나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은 쪽으로 시간이 흐르길 바랐다.


담임도 날 콕 찍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늘 손해 보게 만들었고, 다른 친구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게 제약을 걸었고, 틈이 날 때마다 핀잔을 주었다. 다행히 1년은 금방 흘렀고, 그 악마에게서 벗어났다. 2년 동안 같은 반이 아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지금도 그 공포가 선연하다. 양아치 일진은 해를 거듭할수록 행태가 더욱 심해졌다. 많은 친구들에게서 피해 소식이 들려왔고, 학교 차원에서 퇴학 혹은 전학이 아니라 정학 결정이 내려졌다. 단지 그뿐이었다.


중2부터는 걔도 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같은 반 아니라고 시비 걸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다만 나의 키가 쑥쑥 커서 덩치로는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싸움에 휘말리지 않던 나였으니 누가 건드려도 참거나 회피하는 모습에 오히려 일진들은 나를 피해 다녔다. 그 후로 만나는 선생님들은 훌륭한 분들이이었기 때문에 중학교의 모습을 끝내 아름답게 끝낼 수 있었다. 가끔 까마득히 먼 후배들에게서 듣는 소식으로는 아직도 교단에서 가르치고 있고, 여전히 평판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 밑에서 배운 수많은 제자들의 원망을 감당할 수 있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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