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밤

밤을 걷는 마음

by 이뉴

잠이 없다. 얼리 모닝에 대하여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사람은 아니었다. 워낙 잠이 없는 사람이라 강제적으로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대신에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잠자리에 비교적 빨리 들어야 한다. 대략 12시 정도이다. 그리곤 네 시 정도에 일어나 글을 쓰거나 사진을 보정하거나, 책을 읽어나 전날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처리하곤 한다. 그래서 전날에 반드시 다 끝낼 생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보다 미리 시작하는 사람인지라 (특히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하루하루 촉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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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광화문, 2번 여의도




이런 내게도 불면의 기간이 길었던 때가 있다. 몇 주 전에 발행한 “달”에 대한 글이 그 결과물이다.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수면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가지 일들로 불면증이 생기고 나니 네 시간의 짧은 시간은 지옥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남들은 운동을 하라고 했으나 나 같은 공돌이가 밤 9시에 들어와 무슨 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몸이 녹초가 되어 버렸는데 말이다. 피곤해도 잠을 잘 수 없는 이 괴로움의 시간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한두 시간이라도 잠을 자고 출근하면 그날은 꽤나 성공적인 날이 되었다.


무식하게도 병원 가는 것을 꺼려했기에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극도의 짜증 상태는 자그마한 스침과 스트레스에도 금방 폭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151006-2.jpg 송도




12시가 또다시 넘어 버렸다. 할 수 있는 건 이제 다 해봤다. 달도 만나보고 책도 읽어보았다. 글은 써지지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괴로움으로 가득했다. 그 글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쓴 약 같았다. 그래서 글 쓰는 것은 과감히 버렸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밤이었다.


잠에 들지 못해 괴로운 밤이라면 그래, 차라리 밤을 이용하자는 생각으로 밤이슬, 밤서리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나는 괴로운 마음으로 밤을 돌아다녔고,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이 삶이 도대체 언제 끝날까. 꽤나 우울한 밤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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