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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Feb 19. 2019

실수, 또 실수

그래도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몇 년 전 큰 실수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다. 감정 때문에 생긴 일이었고, 결국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으로 잘 무마됐다. 참 쪽팔렸다. 집안 형편은 매우 안 좋았지만, 그래도 가정교육 똑바로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어디 가서 ‘에이, 저 거지새끼가 그렇지’라는 식의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사람들에게 창피함과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 후, 나는 많은 깨달음도 얻었지만 심하게 자책을 해댔다. 극복하고 일어서면 그만인 것을 나는 당시 한참이나 그 문제를 붙잡고 있었다.      


내가 나쁜 사람일까? 성격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살지도 않았다. 나는 오히려 내가 손해를 보면서라도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와준다. 큰 실수, 그리고 작은 실수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실수에 대해서 나 자신을 학대할 수는 없었다.


실수는 나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순간 그렇게 되는 것뿐이다.


단지, 인정하고 다음에 그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물론, 그 후로도 실수는 반복된다.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실수투성이이다. 말, 행동, 생각, 계획에 대한 고정관념 등 고쳐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은 이미 실수하는 게 습관이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습관이 되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당연히 습관이 된다. 그래서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다. ‘이기는 습관’이라는 책도 있는 마당에, 지는 습관 그리고 실수하는 습관은 없을까?    

 

실수에 대해서 다양한 반응이 있다. 나처럼 후회와 자책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러 모로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실수에 대해서 뼈저리게 분석하고 반성했다. 그로 인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고, 스스로 더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어제 일에 대해 오늘 하루를 후회와 자책으로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실수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에 자신이 없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으로 다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어디선가 실수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오늘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할 뼈저린 반성은 몇 시간 뒤 ‘나’의 몫이다.




실수는 누구나 다 한다. 위로할 생각은 없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실수를 극복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니, 그렇게 살면 된다. 그것만 기억하면 된다. 잦은 실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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