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위기의 연속이다. 한 번씩 ‘쿵’하고 내려찍을 때마다 심하게 멍이 들기도 하고,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나기도 한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위기들은 사실, 하루 이틀 만에 오는 위기가 아니다. 이미 수십 년간 쌓은 에너지가 응축되어 터지는 화산이나 지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자신이 무엇을 잘 못해서 생기는 일인 것처럼 설명이 되는데 그렇지 않다. 인생을 걸어가는 데에도 약간의 조정이 필요한데, 그 조정 구간이 인생의 위기라는 것으로 표현될 뿐이다. 내가 딱히 잘못하지 않았어도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그리고 결국 넘어가야 하는.
예전부터 외친 말이 있다. 인생은 항해와 같다고. 배를 타면 쉽게 알 수 있다. 출렁임은 모두 파도이다. 배는 그 출렁임을 뚫고 나아간다. 속도는 매우 느릴지라도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 우리를 목적지로 도착하게 해 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멈추는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우리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항해도 멈춘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시간이 결코 인간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은 미친 듯이 흘러가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다음 파도는 들이닥친다. 어떤 이들은 작은 파도를 보고 겁을 내어 물에 빠져 결국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수십 개의 파도를 거뜬히 넘어 버린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내 이야기를 언제 들려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사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나 스스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는 중이다. 수십 개의 파도를 지나서 3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 각각의 파도들이 결코 작지 않았다.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거대한 쓰나미가 나에게 오고 있다. 무섭고 두렵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또 넘어갈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 이것은 종교를 떠나 내가 가지는 하나의 신념이자 주문이다. 늘 그래왔다. 물에 빠져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삶이 그리 쉽게 포기되는 것인지 젊은 때는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해도 된다. 파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자주 그리고 크게 찾아온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인생은 왜 이래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다. 많은 지혜자들의 글을 보며 찾아 헤맸지만, 아직까지 찾을 수 없었다. 우주에 던져진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실존은 단지 순응하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운명론이 아니다. 하나의 파도를 넘을수록 나는 성장한다. 그 성장한 만큼 찾아오는 파도 앞에서 그저 묵묵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고,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인데 말이다. 규칙도 없고, 규모도 알 수 없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파도들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오늘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거뜬히 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다짐한다. 지금도 한입에 잡아먹겠다고 으르렁대는 야수와 같은 파도를 기꺼이 맞아주기로.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게 반드시 올 것이니 준비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