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다 같은 사람

대동하다

by 이뉴

넷플릭스에 ‘전, 란’이라는 작품에서 선조 역할로 나오는 차승원 배우의 “대동하다?”라는 대사가 생각한다.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동의 의미가 그 당시 어떤 의미였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지위고하가 정해져 있고, 철저한 신분 질서 사이에서 ‘대동하다’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당시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고까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 사회의 모습이 조선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음 역시 우리는 알고 있다. 겉보기에는 신분질서가 사라지고, 지위고하보다는 개개인의 역량과 존재를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유 경제주의에서 필히 나타나는 무한 경쟁이라는 시스템은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도 하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을 뚜렷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쟁에서 이긴 자와 이기지 못한 자들로 나누어지는 보이지는 않는 계층은 현대 사회에 많은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모든 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소위 ‘케바케’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가 경쟁에서 이긴 어떤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격과 기질, 개성, 살아온 환경이나 가치관,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생기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갈등을 유발하는 경쟁 시스템은 보편적으로 층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눠지기 시작하면, 인간에 대한 값이 다르게 책정된다. 프로 선수들의 황당한 이적사가들이나, 직장인들의 이직 러시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자신의 값을 높게 쳐주는 계약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잘못된 일도 아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자연에서 말하는 도태가 이런 경쟁 시스템 안에서는 필히 나타나게 되어 있는데,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현재 꾸려 놓고 있는 이 시스템이 복지 시스템보다 훨씬 뒤처질 것 같다는 데에 있다.




‘너와 나와 다 같은 사람’이라는 이해가 필요한 게 이 지점에 있다. 승부에서 이긴 승자가 패자에게 하는 위로의 말 따위가 되어 서는 안 된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 정의롭다면 같은 선상에서 같은 패를 가지고 승부를 펼쳐야 하는 게 맞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노력이라는 것은 마땅히 공정하기에 노력 여하에 많은 경우,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노력이라는 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에 안타깝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도 아님을 알고 있다. 다만, 사상적으로라도 너와 내가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게 아주 조금이라도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존중이 사라진 시대, 이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게 어느덧 존중과 배려가 되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의 경계는 초저녁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방구석에 들어앉아 생각을 해보면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후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종족에게는 존중과 배려 따위는 없는 것인가라는 확대해석도 해보게 된다. 이기적 협동심이 마음에서 우러나왔던 게 아니라, 전략적 생존을 위해 이용했던 도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성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나 실패하여 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나 같다. 인간이라는 한 종족에 묶여 있으며, 다들 먹는 것과 자는 것, 그리고 입는 것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는다. 섭식과 배설을 적당하게 하지 않으면 누구나 다 죽는다. 늙으면 죽는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은 노화도 병마도 잠시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죽음까지 넘볼 수는 없다. 따라서 누구를 그렇게 미워하거나 비난하거나 할 필요 없다. 굳이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잠시 많이 가졌고, 잠시 없을 뿐이다. 나의 노력으로 가진 자들을 이길 수 없으면 한 번 더 해보면 된다. 그리고 실망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날 이긴 저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저주가 아니라, 삶이 그렇다.


창백한 푸른 점 위에 100억 가까이 살고 있는 인류가 좋은 방향으로 사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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