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

소중함과 불편함

by 이뉴

가족은 소중한 존재이다. 그것이 도덕이고 윤리이자,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인가, 부모 자식 간의 패륜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가족이 짐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내 친구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동의받았다) 부모의 엘리트사상에 세뇌당하여 학창 시절을 보내었다. 그렇다 보니 소위 ‘마마보이’가 되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친구가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부모와 엄청난 갈등이 시작되었다. 부모의 입장은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부터 시작해서 온갖 가스라이팅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지금은 거의 연락도 안 하고 산다고 했다. ‘괜찮냐’고 물었는데, 행복하다고 했다. 천륜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아무리 외쳐 봐도 두 사이의 관계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기본 도덕과 윤리의 세계 속에서 가족의 의미는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엄마는 군에 있을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일찍 집을 나갔다. 스님이라도 됐으면 이해라도 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막장 스토리이다. 그래서 가족의 의미가 어릴 적 나에게는 기본적인 테두리가 아니다. 가족은 사회화를 배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공동체인데, 그것이 무너졌다. 나는 공동체 안에서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될 리가 없었다. 왕따는 아니었지만, 늘 변두리에서 중앙 진출을 꿈꾸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나에게는 덧없고 하찮은 것으로 여겨졌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기적으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타인이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묶이는 순간 타인과는 다른 분류의 사람이 된다. 이제 나와 타인과의 관계가 되는 게 아니라 나와 가족과의 관계로 바뀌게 된다. 거기서 오는 불편함과 말할 수 없는 부분은 어떨 때는 참으로 곤란하고 찝찝하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나오는 말하지 못하는 것 등이 혼자만의 속앓이를 하게 한다. 선을 긋자니 좀 그렇고, 그렇다고 안 긋자니 바로 침범하는 그 묘함은 날카롭게 하고 신경 쓰이게 만든다.

그래서 결론은 내렸다. 가족도 타인이라고. 애초에 가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다소 진보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나로서, 이제 가족을 해체시켜서 타인이라는 관계로 확장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조금 편해진다. 타인은 관계가 어그러지면 안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어떻게 그러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넘어가시라. ‘가족끼리’라는 말로 무마된 수 없이 많은 예의 없음과 지독한 혈연주의는 한 개인을 무참히 밟아왔다. 그래서 이제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족은 소중하다. 여전히 기본적인 울타리가 되어주니 말이다. 사회에 나가 모진 풍파를 맞고 돌아온 부모나 자녀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아직 많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주는 그 아름다운 관계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니었으나, 되려 그런 모습을 꿈꾸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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