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by 이뉴

강신주 박사의 책을 좋아한다. 그가 써내려 가는 글에는 삶의 깊은 고뇌와 성찰이 있고, 그것이 내게로 꽂혀 삶의 큰 울림을 준다. 활자들과 공명된 내 마음은 당장이라도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기세가 생긴다. 엄청난 깨달음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꼼꼼히 읽어 내려고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무식하게 읽어만 갈 뿐이다.


그의 책,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역시 그랬다. 제목이 참 좋았다. 나는 바람이 부니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말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변화무쌍한 우리나라의 사계절같이, 우리네 인생도 역시 변화무쌍하다. 볕이 좋아 따뜻해질 때도 있고, 몹시 더워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날도 많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온 바다를 뒤집어엎을 때도 있다. 날씨만 바뀌어도 우리네 감정이 널뛰는데, 하물며 우리 삶에 찾아오는 이러저러한 변화는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 어떤 이들은 죽음으로, 어떤 이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안타깝지만, 이런 현상은 더욱 많아지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 역시 늘어나고 있다. 삶 자체가 얼마나 힘들던가.




당연히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역시 제목을 차용했을 뿐이다. 제목만큼이나 지금 나의 삶에는 거친 바람이 불고 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상쾌하게 앗아가는데,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럴 땐, 생의 의지보다는 사의 의지가 솟구친다. 살기보다는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이놈의 삶은 불연속적이며 연속적인 애매모호하고 지극히 이중적인 잣대로 나를 건드리고 밀고 끌고 자기 마음대로이다. 그때마다 굳건하지 못한 나는 당연히 이 지긋지긋한 삶이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어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배워먹은 게 있으니 그렇게 살지도 못한다.


이제 바람 앞에 똑바로 선다. 그리고 이 바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언제 지나가는 것인지, 얼마나 센 것인지도 잘 모른다. 직접 맞아봐야 한다. 낡은 오두막에 잠시 도피한다 해도 바람을 안 맞는 게 아니다. 결국 낡은 오두막일 뿐이다. 더 큰 바람에 도피처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바람은 맞아야 한다. 차라리 맞자. 그리고 역설을 다짐하자. 바람이 부니 살아야겠다고.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니, ‘그래 살아보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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