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16년 9월 인사동 거리소리판 공연]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가을인 시작된 지도 두 달이 경과하였다. 작년 10월 초 주말에 아내와 함께 강원도 오대산 초입에 위치한 자연명상마을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빨강, 노랑 등 형형색색의 단풍잎과 좋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 체험을 했다.
오대산을 산책하기 위해 초입에 위치한 월정사라는 사찰을 가는 도중에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어떤 남자 혼자서 길거리에서 하는 공연, 즉 버스킹(Busking)을 하고 있었다.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라고 한다. 오후 1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남자 공연자의 리코더 공연을 들으니 낭만적인 분위기가 배가된 듯했다.
아내 주변의 국악인들 중에서는 공연자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도 그렇다.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강사로서 학생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국악 교육 하는 것에 버금가게끔 좋아한다.
2016년 4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아내는 잘 알고 지내는 국악인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에 갔다. 그전에도 주말에 그곳에 가면 길거리에서 혼자서 또는 팀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하였다.
판소리, 북, 대금으로 이루어진 공연팀은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그 위에 북을 올려놓았다. 아내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장소를 찾아 복장을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다른 남자와 여자 공연자들도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남자 소리꾼이 판소리 단가를 부르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다른 여자 소리꾼은 흥보가(興甫歌) 일부를 불렀다. 뒤 이어 다른 여자 소리꾼이 단가인 사철가와 심청가(沈淸歌) 중 일부인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불렀다. 마지막에 아내와 다른 여자 소리꾼이 등장하여 흥겨운 북소리에 맞춰 진도아리랑 등 민요를 불렀다.
관객들은 대부분 돗자리 뒤편을 제외하고(돗자리 뒤편은 벽임) 공연팀 주위를 삥 둘러 서있으면서 관람했다. 소리꾼들은 추임새를 관객들에게 유도하며 공연의 흥을 높였다. 아내는 수개월 동안 이 팀에 합류하여 공연을 했다.
위의 길거리 공연은 2016년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공연되었다. 판소리, 민요, 대금 연주 등 다채로운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는 이 팀의 거리소리판 공연이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런 전통음악 공연이 인사동에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