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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Jan 13. 2024

뉴스타트 힐링센터 (10)

단편소설

등산의 목적지가 어디일까 궁금했다. 정대표는 암환자들은 자신의 몸속 에너지 사용이 6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니 무리하게 산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큰 바위가 나타나니 거기까지 가면 된다고 말했다. 올라가는 길은 대체로 완만했지만 조금 가파른 길도 섞여 있었다. 아내는 항암 부작용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모래 위를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발 상태가 좋지 못해 올라가는데 시간이 1시간이나 걸렸다. 일행은 목적지인 큰 바위 앞에 도착했다. 큰 바위 옆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같이 올라온 여성 입소자 3명은 우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뉴스타트라고 들어 보셨나요?”


정대표는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뉴스타트에 대해 들어 보긴 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내와 나는 순간 머뭇거렸다.


“저는 췌장암 말기 환자예요. 1년 전에 병원 주치의로부터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죠.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라고 하죠. 2년 전에 주치의가 수술할 때 쓸개 포함해 여러 부위를 떼어버렸죠. 몹쓸 놈의 의사. 그럼에도 암 전이가 되어서 말기가 되어버렸어요”


정대표는 덤덤하게 말했다. 


“여기 힐링센터에 온 말기 암환자들은 대부분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사람들이죠. 저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다행스러운 건지 운이 좋은 건지 유명해 박사 강의를 듣고 센터에서 하라는 대로 했더니 아직 살아있네요. 1년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에도 1년이 되었어도 살아있다니 그 노하우가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대표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이 있지요. 1년 전에 힐링센터에서 같이 생활하며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던 입소자 3명이 현재 이 세상에 없어요. 그들도 암환자였는데, 퇴소 후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안타깝죠. 센터에서 지낼 때는 건강이 좋아지고 등산도 열심히 했는데 말이죠”


정대표는 오른팔을 들더니 오른손 검지로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를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저기까지 등산할 수 있었죠. 퇴소하면 집에 가서 뉴스타트 자연치유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주위 사람들로부터 치료에 좋다고 이것저것 권하는 것을 먹었다는군요. 그런데 건강이 악화되어 죽은 것 같아요. 뭘 잘못 먹었는지. 사람들이 자연치유에 좋다고 권하는 식품들 믿을 수 있을까요?”


정대표는 잠시 멍하니 바위 옆에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현대의학적 치료에 한계를 느껴 힐링센터에 입소했지만, 같이 생활했던 입소자들이 퇴소 후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곳에서의 치료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죽은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힐링센터에서 말하는 뉴스타트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걸까. 과연 이것이 현대의학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보완적인 방법일 뿐일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의 발 상태가 좋지 못하므로 산에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오전에 유명해 박사의 강의 내용 중 무리한 산행을 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 일행은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정대표를 따라서 느릿느릿 하산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과연 그녀가 앞으로 남은 6일간의 힐링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뉴스타트 생활을 배우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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