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 의향서와 연명치료계획서 (2)

by 남경훈

018년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지 어느덧 7년이 되었다. 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당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연명치료계획서’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계획서를 작성하고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의료진들도 이 과정에 익숙해졌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지양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떻게 작성할까? 가장 편한 방법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기관을 검색해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기관에 방문하면 상담사와 면담을 통해 연명치료의 시행 및 중단 결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의향서를 작성하고 서명하게 된다(그림 1-가). 만약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 된다(그림 1-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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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 의향서(가) 와 연명치료 계획서 (나)


그렇다면 사전연명 의향서를 작성하게 되면 어떤 경우에라도 모든 연명치료도 받지 않게 되는 것일까? 엄밀히는 연명치료와 중환자실 치료는 다르다. 사전연명 의향서를 작성하였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인공호흡기, 투석, 승압제 등을 시행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가 '임종기'인 경우에만 연명의료결정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임종기'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록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조건을 임종기로 한정한 것은, 무분별한 치료 거부나 중단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임종기'라는 조건이 때때로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이 환자가 임종기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더라도, 폐렴과 같은 회복 가능한 질환으로 인해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치료가 시작되기도 한다. 이후 중환자실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담당 의사 두 명이 해당 환자가 ‘임종기’에 해당함을 확인하게 된다. 이 경우에만 법적으로 명시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투석, 수혈, 승압제, 에크모, 항암제—를 중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종기가 아닌 경우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는 것일까? 현재의 법적·제도적 상황에서는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료진과 환자 가족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한다. 가족들은 더 이상의 중환자실 치료를 원하지 않지만, 환자가 아직 임종기로 판단되지 않아 치료를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초고령이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나 투석 같은 고강도 치료를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연명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시작하지 않음으로써 환자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임종기로 전환되고, 그 결과 치료를 하지 않은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보호자들 중에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조력사망이나 안락사에 해당하는지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환자의 사망을 앞당기기 위한 의도적 처치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연명치료의 중단은 환자가 이미 임종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단지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고 있는 처치를 멈춤으로써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는 조력사망이나 안락사처럼 의료의 개입으로 사망을 앞당기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색지대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만성 폐질환 말기 환자의 경우, 임종 시 심한 호흡곤란을 완화하기 위해 모르핀과 같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숨이 덜 차게 되지만 호흡 횟수가 줄어들고, 본래 떨어져 있는 폐기능으로 인해 들이마시는 산소량도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임종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조력사망으로 볼 수 있을까? 이처럼 임종의 순간에는 중환자실 치료, 연명치료, 조력사망 등의 개념들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한다.


내가 근무하던 미국의 병원에서는 고령의 환자들 대부분이 입원 시 심폐소생술(DNR)과 인공호흡기 삽관(DNI)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서류를 미리 작성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환자가 임종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거나, 가족들과 인공호흡기 적용 여부를 상의해야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미국에서는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상태 자체를 ‘임종에 준하는 상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고령의 환자에게 중환자실 치료는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비교적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개인주의와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문화, 그리고 높은 의료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진정제나 마취제를 함께 투여해야 한다. 목에 삽입된 관으로 인한 통증과 불편함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는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더욱이 고령의 환자들은 몇 주간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뒤 생존하더라도, 대부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며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고령의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는 것은 ‘임종에 준하는 상태’로 보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국에서도 일정 연령 이상의 환자들이 인공호흡기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문화가 변화해 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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