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웅이 4화

by 연이

불이 꺼진 무대에 핀 조명만이 켜져 있는 공간, 잠시 후 배우 한 명이 걸어나왔다. 박PD는 주위를 둘러보니 관객은 딸랑 1명이었다. 한심스러운 듯 투벅투벅 계단을 내려오던 찰나 배우의 목소리에 다리가 멈췄다. 박 PD는 뭔가에 홀린 듯 관객석 맨 뒷자리에 슬며시 소리 안 나게 앉아 그 열연을 숨죽여 지켜봤다. 단 30분 남짓의 약간 소들했지만, 그 배우의 연기는 자신이 방송국에서 만난 어느 배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단 하나의 단점이 목소리였다. 아무리 굵게 내도 어린아이 같은 미성이라는 점 말고는 완벽했다. 자신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친구가 숨죽여 보고 있는 박 PD의 곁에 소리 없이 앉았다. 연극이 끝나자 박 PD의 눈은 초롱초롱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저 친구 만날 수 있을까?”

“참 안타까운 친구지. 아는 감독이 자신의 영화 오디션에 와서 열정을 다해 오디션을 보는 데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모든 게 다 되는 친구인데, 저 목소리가 아... 자네도 듣다시피 저렇다고, 아까운 인재라면서 내게 소개해주더군.”


친구를 따라 배우 대기실로 향한 박 PD는 분장을 지우고 있는 조금 전까지 열연을 한 배우를 마주하게 되었다. 배우는 바로 박 PD를 알아보며 조금 전에 넘어진 곳은 괜찮냐고 되물었다. 그 순간 박 PD의 뇌리를 빛보다 빠르게 스치는 기획안이 떠올랐다.


“자네... 이 친구,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모든 게 다 되는 친구라고 했지?”

박 PD의 지인은 뭔가 홀린 듯 말하는 그를 다시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안녕하세요. K방송국의 박 PD입니다. 저랑 함께 한번 일해보지 않으시겠어요?”


S는 아까 연극 전단지를 돌리다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게 한 사람이 명함 하나를 건네며 자신과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자, 어안이 벙벙했다. 명함을 한참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 S는 박 PD의 기획안에 대해 소극장 사장과 같이 듣게 되었다.


“박 PD, S를 잘 부탁하네.”

소극장 사장도 박 PD의 제안이 그럴싸한지 S에게 적극 권유했다. S는 얼떨결에 수락을 한 후 어떤 종류의 인형 탈을 만들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탄생한 인형 탈이 얼굴은 크고 팔다리는 작은 “웅이”이었다.


박 PD는 방송국으로 돌아가 박스에 자신을 물건을 담고 방송국을 유유히 나왔다. 들어가기 어려운 방송국에서 퇴사는 참으로 빨랐다. 다음날 바로 계좌로 이번 달 일할 계산된 월급과 퇴직금이 들어왔다. 박 PD는 그 돈을 몽땅 찾아 사무실 하나를 빌리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구입했다. 대학 후배 중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배에게 S가 말한 웅이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려서 디자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며칠 후 몇 가지 시안을 받아 S와 상의 끝에 최종적인 웅이의 모습을 선정했다. 웅이를 만들 봉제공장을 수소문해서 어렵사리 드디어 마이크를 장착한 웅이를 S가 뒤집어썼다.


박 PD는 카메라를 켜고는 S에게 큐사인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긍정의 아이콘 웅이웅이 웅웅 웅이입니다.”

몇 가지 콘텐츠로 10분 짜리 영상 두어 개를 만들어 유튜브에 ‘웅이TV방송국’이란 계정을 만들고 영상을 업로드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따숨소설] 웅이 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