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수한은 꿈에서처럼 달리다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면서 책상을 걷어찼다. 그 바람에 책상 위에 있던 서류들이 공중으로 흩뿌려져 중력에 이기지 못하고 수한의 얼굴과 몸으로 하늘하늘 내려앉았다. 몸이 바닥에 닿으면서 수한의 몸을 이곳저곳이 뻐근했다. 수한은 며칠째 고민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꿈을 또 꾸고 말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꿈. 꿈의 대가라는 사람이 악몽에 사로잡혀 식은땀을 흘리는 존재라니......
화장실 유리에 비친 초췌해진 몰골은 가히 사람의 형상만 남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행사에 참석한 내빈께서는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행사에는 세계적 과학 난제 중 ‘인간은 왜 꿈을 꾸는가?’의 과학적 기전을 밝혀내고 이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우수한 박사를 초청했습니다. 우수한 박사님을 단상 위로 모시겠습니다. 우수한 박사님!”
행사에 초대받은 내빈의 박수 소리가 무대 뒤쪽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자신을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나 수한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제의 꿈이 선명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수한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사회자의 거듭된 호명에 행사장 관계자가 수한이 있는 곳까지 찾아왔다. 관계자는 수한의 상태를 살폈다. 그제야 수한은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빨라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박사의 동선을 따라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해서 터지면서 플래시의 강렬한 빛이 수한에게 쏟아졌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와는 달리 우수한 박사의 얼굴은 흙빛에 가까웠다.
“우수한 박사님! 인간이 꿈을 꾸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셨는데요. 그동안 세계적인 수많은 과학자가 이 난제를 풀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박사님의 접근 방식이 독특했는데요. 수많은 과학자들은 꿈을 꿀 때 뇌의 반응을 살피는 소극적 접근법에 매달릴 때 박사님은 신체가 꿈을 꾸도록 유도한다는 충격적인 접근법으로 이를 밝혀냈는데요. 이렇게 접근한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기자의 질문에 수한은 과학적 난제를 풀 수 있게 된 기억을 소환하고 있었다.
‘인간은 왜 꿈을 꾸는가’에 대한 난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내기 전에 어릴 적부터 수한에게는 한 가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왜 인간은 하루의 3분의 1을 잠을 자야 할까?’
과학자들은 단순히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 이 정도를 자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까 했다. 잠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신체의 회복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있다면, 잠을 8시간보다 적게 자는 사람은 회복 속도가 빠르고 그보다 많이 자는 사람은 회복 속도가 느리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왜 회복 속도가 빠르지 느린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나 했다. 그게 과학자들에게도 결과론적 발상이니 그게 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신체가 회복되지 않는 때가 있다. 잠이 신체를 회복하기 위한 것 이외의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바로 수한이 의구심을 품게 된 첫 출발점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