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타밈 3화

by 연이

하루 전체 수면의 25% 정도 렘수면이 일어나고, 이 상태는 자는 동안 4~5회 정도 반복된다. 렘수면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의 모든 근육의 움직임이 최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신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지만, 눈의 운동량은 깨어있을 때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게 빨리 움직인 눈은 인간이 잠에서 깨었을 때 눈 근육의 피로도는 증가했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렘수면이 4~5회 정도 일정하게 일어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뭔가가 잠을 자게 하는 것이 맞다는 가정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 렘수면에 빠져 있는 동안 수한은 뭔가를 처리하는데 인류 전체가 동원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접근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게 되었다. 이것은 가정에 지나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5단계로 분류하여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1단계부터 막혀 있었다. 그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억눌러 왔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잠에 빠져들지는 못했다. 그러다 10일 밤을 새웠을 무렵이었을까?


서재에서 나오지 않는 아빠가 걱정이 되었는지 6살 아들이 서재 문을 빼꼼히 열었다. 아들에게 초췌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지만, 아들은 그걸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왔다. 아들은 아빠가 하는 일에 참 관심이 많았다. 아들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아들이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자신이 10일 넘게 잠을 들지 못하며 매달리고 있는 것을 아들에게 최대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한참 그 문제들을 쳐다보더니 아빠에게 얼굴을 돌리고는 방긋 웃어주면 아빠의 수염으로 까끌까끌한 뺨을 쓰다듬어 주고는 아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메마른 나무에 물을 주면 쭉 빨아들이듯 아들의 온기가 수한의 마음에 가득 찼다. 그리고는 어찔어찔한 기분이 들더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하루가 지났을까, 이틀이 지났을까? 소파에 누워 잠에 빠져들었던 박사는 해가 구름 위를 지나가면서 햇빛의 살랑거림을 만들자 오랜만의 단잠에서 서서히 깼다.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었는데, 잤다는 게 신기했다. 그것도 개운하게 잔 것이 수한에게는 간만의 즐거움이었다.


길이가 맞지 않는 소파에서 자서 그런지 목이 살짝 뻐근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살짝 목 스트레칭으로 상하좌우 고개를 돌려 풀어주니 뚜두둑 소리와 함께 날아갔다. 거실로 나와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눌러 놓고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몸을 담그려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가득 받아놓은 뜨거운 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천정으로 올라갔다. 수한이 욕조에 들어가자 물이 넘쳐 밖으로 내뱉고 있었다. 천정까지 올라간 김들은 천정에 부딪혀 욕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욕실 유리에 닿은 김이 방울방울 맺히다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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