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타밈 9화

by 연이

아빠의 행방을 엄마에게 물어도 엄마는 울기만 하시고 대답을 해주시지 않았다. 매번 문제를 내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은 수한에게는 이겨내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까 재미없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아버지와 비슷한 뒷모습을 가진 사람이 찻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아빠를 불러봤지만, 아빠와 닮은 사람은 점점 빨리 걸어갔다. 아빠를 찾아서 데리고 가면 엄마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를 용감히 뛰어들었다. 3개의 차로의 차를 잘 피했지만, 마지막 차로의 차는 수한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한은 그날의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았고 어찌 지금의 자신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린 수한이 성인이 되면서 아버지의 영향으로 같은 과학자가 되었다. 과학자가 되어서 아버지가 연구한 것을 밝혀내면 아버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이었다.


‘이런 생각이 나는 이유가 뭐지? 여기는 어디지? 하얀색만 있는 이곳은 어디지? 색이 보인다는 건 눈이 있다는 거지? 설마?’


과학자로서 수한은 지금의 상황을 간파했다. 여기는 아까 그 방에서 어디론가 들어온 곳이고 자신이 보는 것은 자신이 피하고 싶었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찾고 싶었던 의식의 세계.


“아그작아그작”


새까맣고 커다란 눈이 나타났다. 몸이 보이지 않지만 두 손으로 입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감쌌다. 유형을 이리저리하던 커다란 눈은 다시 수한과 함께 서재로 돌아왔다. 서재를 떠나 몰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커다란 눈은 자신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길을 걷고 있는데,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길 반대편에서 빠르게 종종거리면 걷고 있었다. 누군가를 피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3개의 차로를 다시 잘 살피며 아버지가 있는 길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마지막 차로에서 덤프트럭이 수한을 덮치려 할 때 누군가 수한을 감싸 안고 길 반대편으로 쓰러졌다. 수한은 뒤쪽에서 덮친 누군가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가벼운 찰과상은 있었지만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금세 자신을 이쪽저쪽 살펴주었다. 그리고는 좌우를 살피더니 수한을 데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환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지만, 이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에 자신의 아들이 마지막 단계를 오지 못하도록 해놓았는데, 여기에 있는 것을 보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분명 수한이라면 자신의 방해에도 해내리라 생각을 하니 기특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꿈과 의식의 세계, 그리고 그 너머의 세계까지... 과학자라면 밝혀내고 싶었기에 여기에 있지만, 자신의 아들조차 이곳에 있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십 년간 숨어지내면서 자신이 알아낸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수한에게 빠르게 알려주었다. 자신은 이미 육체가 없기에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없지만, 수한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일단 여기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가자고 했다.


그곳은 현실 세계의 아버지 서재이자 연구실이랑 같은 곳이었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현실의 세계와 같은 공간은 사용하지만, 몇 번이고 다시 재창조가 되었다. 원래는 현실의 세계와 의식의 세계는 따로 분리가 되어 있고 꿈을 통해 몇몇 이들만 이쪽의 세계를 보다가 다시금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라 했다. 그게 꿈이라고. 의식의 세계에서는 뭐든 가능하기에 이게 가능하다고 했다. 수한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그럼 정말 뭐든 가능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단 조건이 있어. 여기에 의식의 세계에서 인정한 사람만 가능하지. 그 문을 지키는 게 저 커다란 눈은 익히 아는 존재일 테고. 현실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지 못하게 지켜보는 거지.”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수억만 개의 수식으로 쌓은 탑이 의식의 세계 중앙에 있지. 그 중앙의 문에 적힌 수식을 푼다면 의식의 탑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 수식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의식의 세계에 있는 사람만 가능해. 그러면 뭐든 가능하지. 하지만 현실 세계의 사람은 그 수식조차 풀 수 없고 문을 통과하려고 하면 의식조차 사라지는 꼴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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