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팔에 부채를 부치던 초여름 날씨가 한창이던 때가 지난주인데, 지금은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바로 패딩점퍼를 입고 어깨를 움츠리며 대비도 할 새가 없이 칼바람을 피하려 다들 종종거리고 있다. 그 사이를 연이도 가방을 메고 보도블록을 따라 학교로 향하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맨 먼저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는 TODOLIST를 띄우고 있다. 하나 둘 머릿속에 있는 일들을 끄집어내며 행정실 문에 들어섰다.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에 들어가기 위해 아이디와 비번을 순식간에 입력했다. 이제 조금 능숙한 교행직 공무원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연이가 퇴근한 사이에 들어온 쪽지들이 하나 둘 깜빡깜빡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 메시지로 보낸 것들은 대부분 교사 위주의 내용이라 닫았다. 마지막 한 개가 남은 쪽지를 여는 순간 낯빛이 점점 잃어 창백해졌다.
아뿔싸! 이제 좀 실수를 안 하면 좋으련만. 뭔가 문의 쪽지만 와도 연이가 무엇을 잘못했나부터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좀 많이 실수를 해야지 자신을 믿을 수 있겠나 싶다. 이런 연이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한다. 신규공무원에게는 실수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자주 하면 그건 폐밖에 되지 않는다. 실수가 있어 수정을 하려면 실장님과 교장선생님의 결재를 받아야 하니 당연히 관리자의 마음에 참을 인의 숫자가 늘어난다. 그 숫자가 마음에 가득 차면 행정실 분위기도 안 좋아진다.
시행착오를 하면 배우는 방목형 학습자인 연이는 오늘도 그 쪽지에 담긴 연이의 실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보다 실장님에게 그 실수를 설명하고 수정 방법까지 얘기를 하여 설득을 하려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 떨리는 마음이 온전히 머리를 쓸 수 없었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아야 방법이 나와도 나올 텐데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고 있었다. 한숨만 절로 나왔다.
잠시 생각 의자로 향했다가 칼바람에 호되게 혼나고 들어왔다. 덜덜 떨면서 들어와 다시 보니 일부 실수를 만회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 교육지원청 담당자에게 쪽지를 보내야 했다. 그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해야 했다.
OOO 주무관님~ 인천OO초등학교 연이입니다. 근로자가 중도입사자인데, 연가를 모두 소진했는데, 또 연가를 냈습니다. 이럴 경우 소진된 연가 외에는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 할까요?
바로 답장이 오기에는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시간이 없는 자리이다. 그래도 물어봐야 했다. 교재에도 나오지 않고 어떤 곳에서도 힌트가 없는 부분이라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 일인 듯했다. 1시간 후 즈음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쪽지가 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긴 글에 처리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연이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모든 내용이 아주 순차적으로 작성이 되어 있었다. 연이는 긴 글의 한 부분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 제 일인 걸요.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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