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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02. 2021

[단미가] #01. 부글부글 '절치부심'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01

부글부글 '절치부심'


절치부심(切齒腐心):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


55번의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연이에게는 한없이 작아진 자존감에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조금씩 나아지겠거니 내년의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렇게 연이의 마음은 내년을 향하고 있었다.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말이다.


"여보세요. 연이냐. 나 A야."

A가 자신의 A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도 어떻게 연이가 널 잊겠냐 싶다. 고요했던 마음에 돌이 던져졌다. 떨어진 곳에서 파동이 치며 물결이 일렁였다. 무슨 얘기를 할지 뻔히 알아 끊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전화를 했기에 그냥 듣고 있었다.


"야, 아직도 공부냐. 난 말이야. 아주 잘 나가고 있어. 돈이 왜 이리 들어오냐. 하는 것마다 빵빵 터져서 아주 힘들다."

A, 이 녀석은 염장을 지르는 데 아주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연이는 그만 자신의 자랑이 끝내길 바랐다.


"근데, 너 이 정도 했으면 못 붙는 거 아니냐. 내가 처음부터 넌 안 된다고 했잖아. 벌써 몇 년째냐. 내가 너 공무원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 아주 꼭지가 돌아버릴 정도로 연이의 화를 돋웠다.

'A, 네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내가 벌써 9년째 공부를 하고 있는 것 알고 있고, 내가 공무원 되고 말고가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장담을 하냐.'

아주 자신이 뭐라도 된 양 저런 소리를 연이 앞에서 하는지 치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수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변명도 할 수 없이 듣고 있던 전화기에서는 뚜뚜뚜 소리를 연달아 내었다. A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만 한가득 쏟아내고 끊어버렸다. 이번에는 타격이 컸는지 연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마음은 갈래갈래 찢어졌다. 그렇게 고요했던 마음은 들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만화를 보면 화가 났을 때 눈에서 일렁이는 불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연이는 기필코 이번에는 A 너의 손에 장을 지지게 해 주고 싶었다.


분노의 한계를 넘어 다른 영역의 감정이 밀려왔다. A의 말에 반응한 연이의 분노는 '독'이 되어 연이의 마음을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절치부심'의 분노가 마음에 일렁였다.




ABOUT '단미가'(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어의 의슴으로 다가올 때', 일명 '단미가'는 연이가 어릴 적, 학창 시절, 대학교 시절, 공시생 시절, 교행 근무하는 지금과 앞으로 있을 미래를 포괄하여 특정 단어의 의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연이만의 '연이체'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고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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