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Nov 28. 2021

[단미가] #05. 열렬한 초심의 마음, '열정'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05. 열정

열렬한 초심의 마음, '열정'


열정(熱情)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일상의 반복은 편안함을 준다지만, 일상이 '말이 안 되는 상황'과 극한에 수렴이 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아주 산산이 부서진다. 그렇게 부서진 알갱이들의 합의 질량과 원래 연이를 이룬 전체의 질량은 동일하다고 과학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연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부서진 알갱이를 뭉쳐주는 그 무엇이 빠져나간 두 질량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질량, 그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이는 매일 조금씩 하얀 방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곳에 갇힌 연이의 마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다. 분명 단 한 번은 기회가 있을 것이기에 연이는 잠에 빠져든다.


끝을 알 수 없는 하얀 천정, 하얀 벽, 하얀 바닥. 연이는 하얀 방에 있었다. 그 단 한 번의 기회가 지금이었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연이의 마음을 찾기 위해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하얀 방에서 연이의 마음을 찾기란 가을에 도로에 흩뿌려진 플라타너스 낙엽 사이에 떨어진 가죽 지갑을 찾는 것보다 어려웠다.


연이는 하얀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연이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 초심을 나지막이 불렀다. 하얀 방에 빨간 점 하나가 나타났다. 그 점은 하얗게 변했다 빨갛게 변했다 하고 있었다. 초심의 마음이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연이는 눈을 떴다. 그 점을 응시했다. 연이의 열정을 담은 초심은 지금의 연이에게 오기를 거부하는 듯했다.


하얀 방이 투명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연이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빨간 점은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붕괴되기 시작한 하얀 방은 점점 연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중심조차 잡기가 어려워진 연이는 하나의 생각에 집중했다.


두근두근, 간질간질,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벅찬 느낌.


연이의 몸은 투명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으면서도 그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열정이 없는 마음은 연이에게는 의미가 없는 몸이었다.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빨간 점이 흔들흔들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빨려 들어가고 있는 연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따스했다. 이 따뜻하고 벅차고 두근대는 이 마음은 열정이었다. 연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ABOUT '단미가'(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어의 의슴으로 다가올 때', 일명 '단미가'는 연이가 어릴 적, 학창 시절, 대학교 시절, 공시생 시절, 교행 근무하는 지금과 앞으로 있을 미래를 포괄하여 특정 단어의 의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연이만의 '연이체'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고 기획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미가] #03. 파리한 '초췌'에 초심을 빼앗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