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Dec 21. 2021

[단미가] #07. 마음의 빅뱅, 열등감과 승화 사이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07

마음의 빅뱅, 열등감과 승화 사이


연이는 이제는 초등학교라 불리는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다. 학교를 다닐 시절에는 비교대상은 항상 공부와 외모였다. 외모 중에서도 키였다. 친구들보다 작은 키는 중학교 1학년 이후로는 변화가 아주 미미하게 더딘 성장을 했다. 그래서 연이는 공부에 매달렸다.


공부하고는 멀어진 대학시절에는 낭만과 멋이 주를 이룰 줄 알았지만, 동아리 생활 한 번 하지 못했다. 대학 동기들이 낭만과 멋을 쫓아 동아리 생활과 미래를 위한 실험실, 랩 생활을 했지만, 연이는 그저 그 먼 거리를 통학을 하며 수능 1세대의 비애를 대학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을 빌려보며 위로를 삼았다.


군대를 갈 나이가 되었지만, 대학 도서관에 박혀 있던 연이는 수많은 외국 신문을 접하면서 IMF가 한국에 들이닥친 것이라는 기사들을 접하게 되면서 결국 4학년 마치고 가는 그 당시에 있을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대학 동기들은 그런 연이를 보며 군대를 간 동기들과 복학한 선배들은 취직을 어떻게 할 것이냐며 혀를 끌끌 찼다.


수많은 외국 신문의 예상대로 대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불어닥친 IMF로 대기업들은 줄줄이 도산이 되었고 중소기업 사장들의 비보는 연일 방송을 타고 흘렀다. 연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2년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연이의 예상은 2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예전과 비슷한 정도까지는 회복이 될 줄 알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았다. 연이는 100군데를 넘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단 한 군데조차 면접을 볼 수 없었다. 영업사원을 빼고는 어떤 자리도 연이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연이는 자격증에 매달렸다. 정보처리기사, 민간자격증이었고 지금은 사라진 정보검색사, 웹페이지 메이커.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이 쓸모가 있었냐? 없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자격증이기 때문이었기도 했고, 자격증은 바로 취직과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전문분야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면접조차 기회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절대 안 되었다. 단지 컴퓨터 설치 알바 같은 곳에서는 나름 아무것도 없는 아이들보다 쉽게 알바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나름 그쪽도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알바로 연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지만, 여전히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기에 항상 존재하는 "불안"과 싸워야 했다.


그러다 일이 벌어졌다. 모 대기업의 과장의 갑질이 연이의 마음을 후벼 판 것이고, 연이의 열등감의 스위치를 건드렸다. 그리고 대학 동기들이 하나 둘 영업사원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연이의 독특한 행보에 손가락질을 할 무렵이었다.


열등감의 스위치가 두 번 연달아 눌린 연이는 마음의 폭발이 일어났다. 우주의 탄생이 빅뱅이었다고 하듯 연이의 마음의 폭발로 연이의 마음은 산산이 조각 조각나서 연이의 마음 이곳저곳을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받았던 키에 대한 열등감, 대학입시가 갑자기 바뀌면서 수능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울·인천이 아닌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간 열등감, 대학시절 받았던 불안했던 한국사회의 IMF와 제대 후 정규직에 안착을 못했던 열등감이 모 대기업 과장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격 이하의 발언이 기폭제가 되어 마음의 빅뱅이 일어났다.


우주의 탄생은 그런 카오스 상태에서 만들어지듯 연이의 마음의 빅뱅으로 어떤 무엇인가가 나올지 연이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가장 힘들고 외롭고 고독하고 처절한 마음의 방황은 일순간에 정리가 되었다. 연이는 열등감이 밀려와 연이의 마음을 어지럽힐 때마다 공부를 했다. 그것을 알게 된 연이는 10년 간의 공시생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지금 돌이켜보면 잘한 일이지만, 과연 그때의 열등감이 없었다면 10년이란 세월 동안 공시생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꺼지지 않는 열등감이 승화의 불꽃의 원동력이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미래의 연이가 탄생된 것이다. 가장 처절한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연이가 없기에 과거의 연이에게 무척 고맙고 감사하다. 잘 견뎌주고 옳은 결정을 내려줘서...




ABOUT '단미가'(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어의 의슴으로 다가올 때', 일명 '단미가'는 연이가 어릴 적, 학창 시절, 대학교 시절, 공시생 시절, 교행 근무하는 지금과 앞으로 있을 미래를 포괄하여 특정 단어의 의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연이만의 '연이체'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고 기획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미가] #06. '바스락바스락', 1년 동안 기다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