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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pr 11. 2022

교행, 막막함과 압박감의 콜라보

교행 꼬꼬마 멘탈트레이닝 2 #07

안녕하세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교행 꼬꼬마 가이드북"의 저자 연이입니다.


연이의 글을 많이 기다리는 분들도 있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제된 글을 쓰는 것은 아마 모든 작가가 바라는 이상향 같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연이만의 문체인 연이체를 버려가면서 글을 이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오늘도 혹시나 교행직이나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올립니다.


조금 많이 뜸을 들였지요?


교행, 막막함과 압박감의 콜라보


교행직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정확히는 한정된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 때문입니다.


https://brunch.co.kr/@a04cfbf5a6fc4d0/80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 속도가 빨라지기는 하지만, 교행 꼬꼬마에게는 정말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모른다는 자체가 주는 막막함과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 압박감은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초라한 모습으로 남게 되어 결국 자신감을 잃게 하더라고요.



업체 사람: EPS실 키 좀 주세요?

연이: (EPS실이 뭐지?) 잠깐만요.


연이는 어떤 실의 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에 시설주무관님에게 전화를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쩌지? 이런 와중에 갑자기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선생님: 난방을 틀었는데, 자꾸 송풍이 나와요?

연이: (4월에 난방을 트는 곳도 있구나.) 선생님, 잠시만요.(어떻게 하지? 시설주무관님은 전화를 받지 않고 행정실에는 실장님은 공사 때문에 나가 있고, 차석주무관님은 물품 때문에 어디에서 전화를 받았는지 나가고 없다. 혼자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시설주무관님이 자리에 없고 제가 행정실에 혼자라서 오시면 전해드릴게요. 몇 학년 몇 반이세요?


공사업체 사람은 나만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니까 열쇠보관함을 뒤적여 본다. 적어도 여기에는 있겠지? 하지만, 없다. 어디로 갔을까?


저기요? 경력증명서를 떼러 왔는데요?


전화기는 계속 울려댄다. 연이의 머리는 잠시 아찔해진다.


아뿔싸, 교행 꼬꼬마 연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간단한 업무조차 교행 꼬꼬마 연이에게는 부담감이 백배였다.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고, 어찌어찌해서 해결을 하고 나면 진이 빠져 실제 연이가 맡고 있던 급여업무나 세입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바빴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면 불편해서 아무도 앉지 않는 버스 뒷바퀴 쪼그리 좌석으로 몸을 뉘이면 1시간 30분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 마법같이 버스가 집 주변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와 같다고 해서 파랑버스를 그렇게 부르곤 했다.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걸렸고, 토끼를 잘못 따라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다르게 연이는 이상한 나라에 아직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살고 있다. 행정실 밖에서 보면 우아하게 일하고 있는 듯한 백조 같은 그들은 실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발을 휘젓고 있었다.


막막함과 압박감의 콜라보는 이상한 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하지만, 2년에 한 번은 옮기고 나면 다시 시작이 되었다.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메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토끼를 만나면 혼쭐을 내줄 테다. 이왕 이곳에 왔고 든든한 지원군들이 연이를 지키고 있으니 다시 토끼를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 잘 지내려고 한다.



동화 같은 얘기일지 몰라요. 하지만, 현실입니다. 암담하다고요? 아니면 뭘 그런 일에 마음이 바빠지냐고요? 네. 맞습니다. 이것보다 더 막막함과 압박감이 높은 곳도 많을 거예요.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공무원과 관련된 비보 소식은 이를 방증하기도 합니다.


일의 막막함과 시간과 상사의 압박감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찐동기나 지원군이 필요합니다. 교행직 밖은 지옥이라면 교행직 안은 전쟁터이니 함께 일하는 그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마음껏 표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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