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12
'상념'속에 피어난 불안
얼마만의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행복감, 뿌듯함, 환희, 그리고 따뜻함
새로운 곳에서 새로 배운 업무를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며 지낸 5일간의 첫 주는 장수생이었던 공시생 시절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1년, 2년 지나 무려 햇수를 헤아리기 부끄러운 정도가 되면 '체념'이란 글자가 머리에 점차 자리 잡는다. 아무리 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사람이라도 공시생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은 딱 2년까지다. 그 이후부터는 '누구 집 자식은 아직도 공부중이래.'하는 그들의 사회'통념'상 일종의 루저, '패배자'의 프레임이 씌워진다. 누구나 조금만 하면 들어가던 옛날의 공무원이 아닌 지금의 상황을 절대 그들은 알리 없이 그저 가십거리로 '누구 집 아이'를 꺼내 든다.
그런 햇수가 많아진 연이는 공무원이 꼭 되겠다는 '집념'과 '일념'의 열정으로 '여념'없이 도서관 개방시간 동안에는 공부에 '전념'하지만 도서관의 불이 꺼지고 집으로 오는 시간이 되면 깜빡깜빡하는 가로등에 자신의 미래도 어쩌면 '단념'이란 글자로 채워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전기포트의 물이 끓으면서 '탁'하며 전원 버튼이 꺼졌다. 상념에 젖은 연이는 다시 현실로 의식이 돌아왔다. 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은 연이는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호'하며 한 모금을 마셨다. 벌써 오후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전날 늦게까지 업무를 해서 당직 선생님에게 '한소리'를 들어서일지 몰라도 일요일이라 12시까지만 하고 집으로 가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연이는 커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책상 옆에 쌓인 커피잔 탑이 연이를 노려봤다. 적응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내가 원하던 삶이 맞는 것인지, 행정실의 실장님과 차석, 실무사, 사회복무요원과 속도를 맞출 수 있을지, 여전히 연이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니 '들지 못했다'가 맞지 않을까 했다. '상념'을 떨쳐 내려 고개를 힘차게 저어봐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저 '불안'의 꽃이 연이를 점점 옥죄어오고 있는 것이 느껴질 뿐이었다. 점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지고 그런 날이 지속될수록 커피에 의존해서 의식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첫 주에 느꼈던 편안함은 공시생 시절 느꼈던 '불안'을 이제는 겪지 않아도 된다는 다른 이면에서 나오는 감정일 뿐이었다. 새로운 '불안'은 연이의 발밑을 뒤쫓고 있었다.
ABOUT '단미가'(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단어의 의미가 가슴으로 다가올 때', 일명 '단미가'는 연이가 어릴 적, 학창시절, 대학교 시절, 공시생 시절, 교행 근무하는 지금과 앞으로 있을 미래를 포괄하여 특정 단어의 의미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연이만의 '연이체'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고 기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