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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28. 2021

[교행일기] #54. 또렷이 꽂힌 단 하나의 장면

선택의 기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연이의 시간은 아주 잠시 멈췄었다. 아니 멈춘 것처럼 보였다. 흔히들 죽기 직전의 파노라마처럼 인생의 필름이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 느낌이 그런 것이라면 맞는 것 같았다. 그런 필름 중 또렷이 재생되는 것이 있었다. OO초등학교에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아닌 웃으면서 근무하던 연이가 장면에 꽂혔다. 그리고는 빠르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제법 아닌 몹시 충격이 컸는지 연이는 오른쪽 어깨와 손에 통증이 심했다. 그리고 차 뒤쪽에 있던 물건들 일부가 연이가 있던 보조석까지 차의 충격으로 넘어와 있었다.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몸의 이곳저곳에서 통증이 밀려왔고 정신까지 혼미해졌다. 다행인 것은 4명 모두 의식이 없거나 피를 흘리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라 차에서 내리는 것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삽시간에 터널 출구에 있는 모든 차선의 차들이 거북이가 되었다. 그것을 확인한 가족들은 차에서 내려서 고속도로 맨 마지막 차선의 갓길로 움직여 한쪽에 앉았다.


굉음과 충격으로 잠시 나간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 현실 속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인 것은 서행하는 차량 사이에 1차선에 서 있는 차량이었다. 연이가 탄 차량의 상태를 보고는 놀랐다. SUV 뒷부분이 움푹 파여 반이 없어졌다. 그 뒤를 보고는 더 경악했다. 연이가 탄 차량을 들이받은 차는 승용차였는데, 앞부분이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차마 더는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충격과 함께 온 큰 소리 때문에 생긴 삐~~~ 하는 이명은 사고 장소와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앰뷸런스의 침대는 정말 쿠션이 없는지 타고 있는 진동이 모두 그대로 연이에게 전해졌다. 처음에는 오른쪽 어깨와 팔목 있는 곳만 다친 줄 알았는데, 목에 문제가 있는지 숙여지지가 않았다. 응급대원들은 연이에게 목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추보호대를 긴급하게 착용해줬다. 그렇게 하니 한결 차의 진동이 덜 했다.


그렇게 앰뷸런스를 1시간을 타고 도착한 병원에서의 대기는 기나길었다. 여기저기 통증이 오는 깔아지는 몸으로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진료와 각종 검사가 진행이 되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의 일요일은 사람들이 북적거림을 그때 처음 알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의 움직임에 눈이 피곤할 지경이었다. 검사 전 대기시간이 길었는지 검사를 마치고 다시 대기를 하자니 졸음이 밀려왔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벌초를 하고 땀을 흘렸고, 점심도 푸짐하게 먹었으며, 차의 충격으로 긴장했던 몸의 근육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잠을 불러오고 있었다.


한참 막 졸리던 차에 한 사람씩 의사에게 가서 검사 결과를 들었다. 교통사고 난 차량의 상태에 비해 가족 모두 골절이 없었고 아주 심하지 않은 타박상과 염좌가 있었다. 하지만, 연이는 골절은 없었지만, 목과 어깨에 충격이 가해져 이에 대한 치료가 시급했다.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여러 가지 서류에 대한 사항들을 말해주고 연이와 가족은 일단 집으로 향했다.


아침 4시 30분에 시작된 오늘이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일요일이라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려면 기다려야 해서 일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연이는 일단 침대에 눕고 싶었다. 누우려고 하니 목의 통증에 힘이 들었지만, 베개에 목이 닿자 연이는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오늘은 고단한 하루였다.


'연이야,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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