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그 뜻을 직접 물어보았다
예전이기는 하지만 내가 일본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초식남에 관한 이야기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연애에도 관심이 없다는 내용. 나는 Y와 만나게 되면서 내가 바다를 건너 들었던 이야기의 실체들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초식남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왜냐면 내가 알던 뜻과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제대로 뜻을 몰랐을 때 Y에게 '초식남인 줄 알았다'라고 말하며 Y가 연애의 적극적인 면이 의외였다는 의견을 말했는데 Y는 '초식남이라고 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연애를 포기한 남자를, 마치 사냥이 힘들어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초식남이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Y의 말에 위화감을 느껴 초식남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Y는 초식남이란 정확하게 '좋아하는 이성은 있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다가가지 않는 남성'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니 그의 말은 즉슨 성욕(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감정)은 있으나 이성에게 다가갈 능력과 자신감이 없는 사람을 초식남이라고 부른다고. 그러나 연애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Y는 내 놀란 얼굴을 보며 일본에서는 연애를 포기한 사람은 무성애자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덧붙여줬다. 하지만 무성애자는 자신이 살면서 본 적이 없다며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이전에 알던 의미는
초식남 : 이성에게 관심도 없고 연애도 포기한 사람
육식남 : 이성에게 관심이 많고 연애에 적극적인 사람
으로 Y가 말한 의미는
초식남 : 이성에게 관심이 있으나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여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 혹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
육식남 : 이성에게 관심이 많고 연애에 적극적인 사람
이라는 뜻이었다.
사실은 한국에서 알았던 의미보다 초식남은 연애 포기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회가 있으면 연애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그러니 Y가 자신을 초식남에 가깝다고 한 것은 사실인 것이다. Y의 말을 들으며, 그리고 일본에서 생활하며 지켜본 일본인들은 생각보다는 연애에 적극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내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한국인뿐이니 한국인의 사고방식에서 말이다.
혹시라도 일본 남자는 초식남이 많으니 연애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의미가 살짝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생각보다 육식남도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아주 많은 사람을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일본에서 만난 육식남들은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초식남은 몰라도 육식남은 조심하시길 바란다.
(회사에서도 육식남이 많은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애들에게 귀엽다 예쁘다를 연발하여 주의를 받았으나, 그럼에도 자꾸 그런 말이 나온다고 하소연하는 남자 동기도 있었다)
일본인은 애정표현이 별로 없다는 편견까지 가지고 있었으나 겪어보니 일본어를 쓴다는 사실 이외에는 참으로 한국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냥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