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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Sep 19. 2022

일본 남자와의 연애 이야기 : 번외편

문화 차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이유




남자 친구와 요코하마에 있는 커피 하우스 더 카페에서 먹은 푸딩 아라모드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국제 커플이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원하셨다면 사실 잘못 오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요즘 세상에 일본 정도는 해외로 치지도 않는 사람도 많다. 문화 차이도 다른 외국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고 생각할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나와 Y는 문화 차이로 관계에 문제가 생긴 일은 없었다. 물론 문화 차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는 한국의 대학에서 4년간 일본어를 전공했다. 일본의 문학, 역사, 정치, 경제를 공부했고 회화와 문화 과목은 현지인 교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셨다. 교수님들은 현지인이시거나 스마트폰도 없던 과거에 유학 생활을 길게 하신 분들이었기에 단순 과목 강의에서 일본에 대해 아주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교수님들이 유학 생활을 하셨을 때가 옛날이라고 해도 일본은 많은 변화가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해외 생활을 시작하는데 별로 불편한 점이 없었다. 첫 해외 경험은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며 가게 된 워킹 홀리데이였는데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고등학교 친구와 같이 살며 지냈기에 친구 덕에 정말 잘 지냈다.


또한 나이도 어려서 그랬던 건지 모르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얼굴만 아는 일본인이어도 붙잡고 물어보며 호기심을 해결했다. 주변 일본인들은 어린 외국인 여자애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일본어를 공부해주어서 고맙다며 칭찬해주고 성심성의껏 예문까지 들어가며 설명해주었다. 나는 이러한 주변인의 친절함을 이용해 일본어 실력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설명을 살짝 덧붙여보자면 일본은 한국보다 세대 갈등이 심하지는 않다. 윗 세대와 아랫 세대의 시대 차이가 별로 없고 초고령 사회이다 보니 오히려 외국인이라도 젊은 사람이라고 하면 반겨주는 풍조가 있다. 그렇다 보니 반대로 윗 세대를 존경하고 윗 세대에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의식은 한국보다 얕다.)


그렇게 완성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에 입사하고 신입 사원 연수를 거치며 더더욱 연마된 실력으로 Y를 만났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문제는 겪을 일이 없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이전에 서술했던 초반 연애 스타일이 문제였지만 이건 국적과는 상관없는 문제는 아니기에 문화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Y는 Y의 부모님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셔서 한인 타운에 가끔 가서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예능을 보는 등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음식을 가리는 것도 없고 과거의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들어보면 나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지만 불쾌할 말은 하지 않을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Y와 갈등이 생긴 원인에 문화 차이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차이만 없었을 뿐 다른 이유로 갈등은 존재했었다. 결국 환경이 다르다는 것과 언어가 다르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이 다르고 생활 습관이 다른 것. 주어진 체력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는 것, 일의 목적이 다르고 인생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가 만나는 것은 우리가 연인인 동시에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Y와 결혼까지 가지 못하고 헤어질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내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섭섭해할지도 모르는 내 귀한 친구들을 위해 한 문단 덧붙인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내 귀인들을 모두 합쳐 그리 부른 것이다. 나는 정말로 나이가 들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같이 실버타운에서 사는 것이 꿈이다. 그러니 섭섭해하지 말고 계획이 있다면 날 미래의 계획에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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