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지 못했던 삶을, 이제는 내가 만들어가는 시간
끝까지 이 연재를 적어 내려오면서 깨달았습니다.
나는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 힘’을 조금씩 되찾아왔다는 사실을.
한때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내일을 기다릴 이유도 나에게는 너무 먼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이나 삶의 문을 스스로 닫으려 했고, 그 문턱에서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후의 시간들은 내가 예상한 것처럼 장엄하거나 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소박하고, 조용하고, 작은 일들이 내 인생의 본래 자리를 조금씩 채워갔습니다.
보건실의 아침을 준비하는 손짓,
학생의 체온을 확인하며 듣는 “괜찮아요”라는 숨소리,
컴퓨터를 끄기 전 보건일지에 또박또박 적어 넣는 오늘의 기록. 그 모든 것이 내 삶을 천천히 정돈해 주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삶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학교에 있는 의료인으로 서는 일,
위급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하는 일,
때로는 한 학생의 아픔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되는 일.
그 모든 역할이 내가 매일 ‘살아가는 이유’가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역할들이 내 하루를 지탱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나를 믿습니다.
무너졌던 마음이 다시 일어서는 그 과정을
스스로 걸어온 사람에게만 생기는 조용한 확신을.
삶은 여전히 어렵고,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여전히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그런 하루들조차 조용히 나를 앞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할 몫을 부지런히 수행하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직업적으로 보건교사라는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그저 성실하게 하루를 통과합니다.
그 작은 하루들이 쌓여 내 삶은 어느새 이전과는 다른 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며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삶은 한 번에 뒤바뀌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지금 살아 있는 사실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고.
그렇게 나는 내가 다시 걷기 시작한 이 길 위에서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지금 이 자리,
바로 여기서부터
내 삶은 다시 평범한 보건교사로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