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아침을 다시 받아들인다

“살아남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까지”

by 평범한 보건교사

두 번의 끝을 지나오고 난 후,
나는 오래도록 ‘살아남은 사람’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것과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다른 자리라는 것을 천천히 깨달았다.

계획이 서지 않는 삶,
무언가에 온전히 기대지 못하는 마음,
하루를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듯한 나날들.
그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그런데도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의 목소리,
책상 위에 내려앉는 햇살,
문고리가 손끝에서 따뜻하게 돌아가는 감촉 같은
아주 작은 장면들이
나를 다시 ‘지금’에 붙잡아 주었다.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늘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겼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며 나는 안다.
완전한 회복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을 견딜 만큼의 작고 단단한 힘은
누구에게나 다시 생겨날 수 있다.

나는 내일의 의미를 알지 못해도
아침이면 보건실의 문을 열어
나의 자리를 지킨다.
그 단순한 행위가
내가 살아가기로 결정한 가장 조용한 방식이 되었다.

똑같은 행위이지만, 이전에는 정말 괴로워했던 학교 보건실의 출근이 지금은 살아가로 결정한 이유로 변화하였다.

내가 다시 연 보건실의 문처럼
삶도 언젠가 다시 열릴 수 있다.
그 문을 여는 힘이 크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아침이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보는 마음,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살아남았기에
나는 오늘도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 나의 일을 한다.
그 사실만으로 나는 이미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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