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잘 좀 들어맞아라 좀!
타이밍이라는 거! 왜 이렇게 맞추기가 힘든지...
오전에 부장님은 내게 타이머 1개를 주시고는 오늘 회의도 있고 외부 일정이 있으니 방송 시간에 맞춰 경광등이 울리는지 확인하고, 동영상을 좀 찍어 달라고 하셨다.
'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흔쾌히 '네'라고 대답한 한 마디에 오전 시간을 동동 구르게 될 줄은 눈곱 만 치도 생각을 안 했었다.
타이머가 별거냐고 했다가 막상 받아들고는 몇 개 없는 조작 버튼을 두고 1차 당황.
현재 시각을 타이머에 설정해 줘야 하는데 + , - 버튼을 눌러 몇 년도 , 몇 월 , 며칠, 무슨 요일, 몇 시, 몇 분 단위를 맞추는 동안 현재 시각과 자꾸 차이가 나서 2차로 당황.
버튼을 누르는 동안 급한 마음에 손가락이 미끄러져 설정을 끄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가니 3차 당황.
갑자기 시작되는 방송 소리에 멘탈은 붕괴, 순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니, 하나를 끝내놓고 다시 설명서를 읽는 내내 몇 개 없는 버튼에 기능이 왜 이렇게 많은지 눈에도 안 들어오고, 머리에는 더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한참만에 어찌어찌 설정을 하는 데까지 끝냈는데 이번엔 방송 시각하고 경광등 불 들어오는 시간이 차이가 나네?!
' 아... 뭐가 잘못된 거야 대체..'
결국 설명서를 집어던지고 그냥 막무가내로 버튼을 눌러 순서를 익히고, 손에 위치를 익히고, 버튼이 눌려서 설정이 먹히는 시간을 감으로 익혔다. 설명서를 읽었을 때 보다 익히는 속도가 빨랐다.
드디어 설정 시간이 되고 정확한 시간에 경광등 불이 반짝이며 음성 방송이 시작됐다.
" 참나...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네... 이러니까 사람들이 설명서를 안 보는거 아니여! "
사람들이 설명서를 넣어줘도 안 본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라니까?!
눈으로 보고 언제 하나하나 눌러서 익혀! 그냥 손가락이 꾹꾹 몇 번 누르니까 금방인데!
지난주 입원을 했던 아이 아빠가 이번 주에 퇴원을 했다.
목을 다쳐서 입원을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돌아오려면 6개월은 봐야 한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빠른 차도를 보이는 상태에 감사하다며 신나는 며칠을 보냈더랬다.
"목요일은 나 급양 당번이라 일찍 출근이야! '
라고 말했던 신랑은 막상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나서도 집에 있었다.
출근을 하려고 일어났는데 옆에서 자고 있는 애의 몸이 불덩이라 체온을 재 봤는데 40도라며, 출근 전에 병원에 들렀다가 간다고 전화를 했단다.
나 또한 목요일 오전에는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본인이 그냥 전화를 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 요즘에 수족구랑, 백일해랑, 폐렴이 같이 돌아서 난리래! "
" 그래서 뭐래? "
" 일단은 목이 부어서 열이 난거 같데, 지금 해열제 먹이니까 열이 내려가네 !"
" 아... 다행이다 휴.."
" 근데, 이제 시작하는 걸 수도 있어서 지켜봐야 한대. "
" ....!"
기가 막히다... 타이밍이라는 거.
꼭 누군가 지켜보고 장난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누가 조작을 하는지 버튼이 몇 개 인지 참 잘도 맞추는 건지, 아니면 더럽게도 못 맞추는 건지....
아이 아빠의 퇴원에 기분이 좋았고,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팔로우 소식에 기분이 좋은 얼마간이었는데
이렇게 찬물을 끼얹네.
좋고 신나는 일상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또 병원 냄새를 맡아야 하는 일상이 시작되는 건가...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 라고 안 좋은 일이 좋은 일로, 또는 좋은 일이 안 좋은 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늘 현생을 사는 나는 안 좋은 일이 또는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날 때마다 딱 떨어지는 타이밍에 기가 막힌다.
인생의 타이머는 설명서 같은 건 없나?
있다면 그 설명서는 좀 찬찬히 길게 볼 의향도 있는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