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큰 숲 Jul 05. 2024

던져버리기 전에...

핸드폰 그만 봐라!




우리 집 양반은 군인이다. 

이번 주도 내내 훈련을 갔다가 오늘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 살갑게 애교 많은 와이프는 아니지만, 막상 며칠째 떨어져 있다가 오늘 돌아온다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기다려지기도 했고.  

식사 메뉴는 어떤 걸로 할까 고민도 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해볼까 레시피도 찾아봤다.

퇴근 전 언제 퇴근인지,  훈련 기간 동안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잠을 자는 곳은 괜찮았는지 체크도 하며 

다 같이 퇴근하고 집에 모일 시간만을 기다렸는데, 

칼퇴 시간이 엇갈리니 마음도 안달이 났었는데,

보고 싶었는데,

막상 집에 돌아오니 참 많이 다르더라.




마음은 보자마자 꼭 안아줄 것처럼 그러더니

막상 얼굴 마주치면 멀뚱멀뚱.

신랑이나 나나 참 멋대가리도 없지 싶게

" 밥은 어떻게 할래? 집에 있는 거 먹을까 아니면 먹고 싶은 거 있어?

"빨래는..?"

그 애틋함은 어디로 간 건지..  

톡 할 때의 그 반가움과 보고 싶었던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거야 대체..

같이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으면서 얼굴 한 번을 안 쳐다본다.

한 숟가락 입에 넣고 핸드폰 화면 한 번 보고 낄낄 환하게도 웃는다.

'그래 훈련하는 동안 못 봤으니 실컷 봐라. 재밌냐... 그럼 됐지. '




싶다가도,

'그래도!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한 건 난데?! 그동안 안 힘들었냐고 물어나 봐주지! 애들 학교 보낼 때 다른 일은 없었는지, 작은 애 어린이집에서 돌아와선 아빠를 안 찾았는지 좀 물어나 봐 주지! '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가도,

' 첫째는 폰이 있으니 둘이 톡을 했겠지, 그래 아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작은 놈은 안겨 있었으니까...'

그러면 결국 나 좀 봐달라는 얘기가 되는 거네..

내가 나 봐달라고 하면 뭐 어쩔 건데 싶어서 또 밥이나 떠먹는다.






참 그렇다...


톡으로 대화할 땐 그리 다정하고 애틋한데, 얼굴 보곤 왜 안 그러는 건데?!!

밥 먹는데 왜 핸드폰 보면서 먹는 건데?!

내가 싫어? 라고 물으면 

" 왜 싫어 너무 좋지! "

라고 대답하면서 왜 자꾸 핸드폰만 들여다보냐고!

" 남자가 여자랑 있을 때 자꾸 핸드폰만 들여다보면 애정이 식은 거라던데?! " 

" 자기는 와이프지!  난 자기한테 애정 안 식었는데?? "

"......."

" 나 원래 그러잖아! 알잖아 나 운전하면서도 핸드폰 잘 보는 거 . "

.

.

.

.

.

" 자랑이냐? 좋은 말로 할 때  핸드폰 꺼라!."


라고 질러는 놨는데...

막상 핸드폰을 끄고 나선 할 말이 없다.

애들 학교 보내고 어린이집 보내고 집에 돌아와선 어떻게 저녁을 먹었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아침엔 또 이런 바쁜 일들이 있었고, 쫑알쫑알 얘기를 해면 

피식 웃고는 " 맨날 그랬지 뭐." 

그치.. 뭐 항상 그렇지..

핸드폰을 끄니 할 말도 없고, 무거운 정적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길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바깥양반이 하는 부대일은 들어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는데, 특히 부대에서 족구하는 얘기는 더 재미가 없는데....

우리 사이 나쁘지 않은데. 

맨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혼자 노니까 공유할 얘깃거리가 없다.

정적이 어색했는지 다시 슬금슬금 핸드폰을 켜는 바깥양반을 보니 확 화가 오른다.

계속 이렇게 살다간 큰일 나지 싶다.

이제는 진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

.

.

.

" 자기야 내가 말했지? 우리 좀 친해지자고!  그러니까 핸드폰 꺼! 

좋은말로 할 때. 확 던져 버리기 전에 ." ^^




 



매거진의 이전글 어색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