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청년 적금을 타며 굳게 마음먹은 계획이 있었다.
늘 주변 지인의 떠나는 모습만 부러워하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나도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보자!
까짓것 이렇게 동동거리나 저렇게 동동 거리나 항상 돈은 없어지더라
그럴 거면 애들 기억에 평생 남을 추억거리 하나 남겨주자 싶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적금으로 타는 금액이 크지 않기에 꿈에 그리던 유럽이나, 중동 여행까지는 생각지도 못했고,
저렴한 비용으로 현실 타협하고 동남아로 다녀왔다.
막상 가서는 여행이라고 기분 내며 쓴 돈을 생각하면 동남아라고 썩 저렴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사람은 갇혀 있는 공간을 벗어나면 생각도 크는 법.
우리나라에 살며 하루하루 일에 쫓기고 사람에 치이며 신세한탄하던 마인드는 나도 모르는 새 여유로워졌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시선이 머무는 각도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선셋을 배경 삼아 뛰어노는 아이들만 봐도 마음이 풍요롭고 느릿느릿 마치 한 우아하는 여자인 양 마음에서 사치스러운 여유로움이 흘렀다 나는 늘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처럼.
날이 밝으면 호텔 수영장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아이들이 해달라고 하는 게임이나 쇼핑도 좀 하고, 낮잠도 잤다. 평소 마트에서 장을 봐서 밥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저녁시간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우버를 불러 저녁을 먹고 들어오거나 한가득 장을 봐서 호텔로 돌아왔다 며칠간의 꿈같은 나날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날개 밑으로 보이는 어디인지 모를 나라의 화려한 밤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 까짓것 내가 이렇게 살겠다면 못 할 것도 없잖아.'
그랬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선택해서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나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치 앞을 몰라 동동거리며 살아가는 한국에서의 나. 그럼에도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국에서 더 잘 살아 보이고 말겠다.'
구름 위를 떠 있는 몇 시간 동안 나는 나라는 사람의 틀을 못 벗어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즈음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일이 나로서는 가장 멋진 해답이겠구나!라는 생각의 끝에 닿았다.
지금의 나에서 조금 더 나은 나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그저 나를 향한 응원이 시작됐다.
근무 시간 업무도 남들보다 조금 더 하는 나,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는 텍스트적 인간 =개인적인 만족감을 주는 동시에 자주적인 생각을 더 하게 되는 발전적인 인간상으로의 업그레이드?
운동을 지금보다 조금 더 늘려보자 -> 아예 몸을 만들어볼까?
매주 책을 한 권씩 읽으면 24년도 끝엔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집안 정리+육아를 조금 더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어떨까?
나를 향한 응원으로 나름의 계획을 실행하고 스스로를 닦달하듯이 시간을 달렸다.
24년의 하반기로 갈수록 하나씩 성취를 느껴야 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그렇지를 못했다.
결국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한 나의 모습을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내 달리고 있었다. 결국 나를 향한 발전에 대한 응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오기로 남았다.
세상이 노랗게 물들던 11월이었다....
아.. 나는 이번 연도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구나..
그렇게...
생각을 따라 몸도 무기력해질 법도 한데,
지금의 나는 이런 내 모습도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습관이 된 루틴들에 의해 하는 행동들을 참 오랜 시간 잘 끌고 왔네...
끈기 하나는 인정.
아니, 끈기 하나라도 증명됐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도 같다.
12월 말..
내게 남은 건.
조금 더 뛰어도 쉽게 숨차지 않은 체력과, 평소보다 더 무거운 것을 든다고 해도 끄떡없는 근력,
남들 보다 조금 더 일한다 해서 무너지지 않는 집중력과, 습관적으로 글을 씀으로 인해 남은 발행 글 30편.
오기로라도 읽어놓음으로 인해 머릿속 어딘가 언저리에 남아 있을 26권의 책들.
그리고...
이 기록을 만든 오기가 모여 2025년도에는 더 활력 넘치는 내 일상을 살아 내 보자는 독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그 물음에 대답은 내년에 찾기로 하자.
썩 마음에 들어!
이런 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