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받아 들일 때 걸리는 시간

점들의 연장선

by 큰 숲




선명하고 분명한 내 것인데

꼭 남의 적나라한 비밀을 본 것 같이 불쾌해

그래도 네가 나에게 남겠다면

나는 너를 끌어안아야만 하겠지



마주 보고 서야 하는데 하루는 겁나고 또 하루는 싫어서 고개를 돌려

하지만 어떤 날은 이러면 안 되지 싶어

오래토록 너를 찬찬히 뚫어져라 더듬어 살피고 어루만져

그러다가도 다시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리곤

버티고 버티는 날에 날이 서

신경 거슬리는 마음 쓰임에 지쳐 다시 들여다보곤 해

그리곤 멍하니 한참을 응시해

아무 말 할 필요도, 하고 싶은 말도 없이



맞아, 그랬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한계를 느끼고

다시 거북감이 올라와 무언가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뒤집어 씌워지듯 당하는 느낌에 울컥하기도 해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에 맺어진 짝짓기에 불과한 그런 불쾌한

그 존재를 인정하듯 들러붙은 뜨겁고 미끄덩한 끈적한 찝찝함

불편하고 끔찍한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음에서 오는 몸서리가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는 비릿한 내음도

어디 고였는지도 모르겠는 웅덩이에 갇혀 허우적 거림도

한 움큼 집어삼켜 숨통을 막는 답답함도

차갑고 습한 퍼런 절망감에 절여지듯

한 번 내쉴 때 피가 뿜어지고, 내딛는 한 걸음이 우습게 꺾여도

오늘이, 또 오늘이, 또 오늘을 그렇게.



어쩌겠어

그 자국들을 없앨 수 없다면 네가 남겠다면

흐려지고 옅어지게 약도 발라가며 내 것으로 남겨야지

그러다가도 언젠가는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게 그 존재 자체마저도

옅어지는 그런 날도 오는 거지

올 수도 있는 거지

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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