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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Oct 21. 2023

추남의 계절

가을은 언제나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추남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제까지 베트남 하노이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을 가기 전에는 살짝 쌀쌀한 날씨였는데, 일주일 만에 복귀하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가 늦게 출발해서 예상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도착해서 보니, 새로 구매한 여행가방의 바퀴가 파손된 걸 발견했다. 처음 개시한 것인데, 첫 사용에서 은퇴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항공사에 가서 클레임 접수를 하고 왔다. 그리고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급한 개인사 때문에 수업을 취소한다는 이야기를 귀국한 날 받았고, 사진 수업 선생에게도 일요일에는 아침 일찍 외에는 얼굴 보는 게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불구하고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왜일까? 그건 바로 내가 추남이기 때문이다. 가을이라 마음이 설렜고 약속이 취소되어도 가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가을이기 때문이다.


어제 귀국했음에도 아침 일찍부터 몸을 움직였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병원에 갔다. 의사를 만나서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았는데,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약을 간헐적으로 줄여 보는 것을 제안받았다. (좋은 일 +1) 병원을 방문하고 난 후, 머리를 깎으러 갔다.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짧게 깎았다. 그리고 헤어스타일리스트분과 수다를 떨면서 기분이 좋아졌다.(좋은 일+1). 머리 손질 후에 망원역까지 20여분을 걸었다.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차가움과 따스한 느낌의 햇빛을 느끼면서 평소에 다니던 길을 걸었다. 그리고 평소에 거닐던 그 길에서 새로운 설렘을 느꼈고 그렇게 기분 좋은 산책을 이어 나갔다.(좋은 일 +1) 기분 좋게 걸음을 옮기다가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왔다. 커피를 주문하고 서점에 있는 책을 읽고 있다. 따뜻한 커피의 쓴 맛과 고소한 향,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 (좋은 일+1)…… 모든 게 참 좋다.


삶이 힘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인생이라지만, 태어났으니 할 수 없이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태어났으니 후회 없이 살아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겠다.


인생은 슬퍼하기엔 너무 길고 행복하기엔 너무 짧으니까……


가을이라 행복하다(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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