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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저씨 Mar 16. 2024

쓸모 있음에 대한 고찰

나의 시간과 노력은 그 나름대로의 쓰임과 역할이 있는 것

캘리그래피 수업을 받으면서 글씨를 쓰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단어가 있었다. 바로 ""이라는 단어와 ""라는 단어였다. 캘리 선생님이 보여준 글씨를 그대로 따라 했지만, 선생님과 쓴 글씨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쉼이나 휴라는 글씨로 보이지 않는 기분까지 들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글자에 변형을 주면서 써 봤는데,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던 것이다. 너무 답답해서 선생님께 내가 쓴 글씨 "휴"를 보여주며, 왜 같은 글씨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 드는지 물어봤다. 내 글씨를 쓱 훑어본 선생님은 무심한 듯이 툭 한 마디를 던졌다.


"모자(ㅗ)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고 다시 내가 쓴 글씨를 보니, 'ㅎ'을 쓸 때, 'ㅗ'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대로 모자를 제대로 써서 보니, '휴'라는 글씨가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다. "쉼"도 똑같은 이유였다. '쉼'에서 'ㅟ'가 제대로 표현이 안되니까, '쉼'이라는 글씨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모든 글씨를 신경 써서 똑같은 힘과 두께로 쓰니, 드디어 선생님이 쓴 글씨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난 캘리를 통해 하나의 사실을 배웠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쓰던 글씨의 한 획, 한 획이 모두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개똥철학 일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들과 투자하는 시간들이 지금 당장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더라도, 내 인생에서 모두 자신만의 역할을 하고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난 믿어보자 생각했다. 


오늘 난 다짐했다. 다가오는 6월에 진행되는 캘리그래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이 다짐만으로도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위해 사용하는 내 시간이 의미를 갖게 된 걸 보면, 꼭 오늘 배운 사실이 꼭 개똥철학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자기 합리화일수도 있겠지만. :) 



오늘의 캘리 수업(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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