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hould love myself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 존 월리엄스, 스토너 -
뜬금없이 전처가 떠올랐다.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사랑일 것이라 믿었던 사람. 하지만 마지막 사랑일 것이라 믿었던 내 첫 결혼은 실패했다. 이로 인해 내 인생에서 내가 포기했던 것들이 다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전 처의 유학을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냥 아내가 바라는 걸 해주려고 내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더라면..." 정말 많은 후회를 하고, 나에게서 도망쳐 버린 전 처에게 모든 탓을 돌렸다. 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다. 전 처와의 이혼에는 내 선택도 들어가 있음을 말이다. 그렇기에 남 탓을 하기 전에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부터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난 남을 위해 돈을 아끼고 시간을 투자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걸 "상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말로 치장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희생을 통해 남는 건, 마음의 상처뿐이고 부질없는 행위임을 이젠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턴 남을 사랑하기 이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나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려고 한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림, 캘리그래피, 스페인어 수업"이 그 시작이었고, 브런치 글 쓰기를 통해 나의 허세를 벗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올 해는 내가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을 한 번 가봐야겠다. 누군가를 위한 여행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