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는 주로 산책을 합니다.
어제도 그랬고요.
저건 설마...?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팀장이더군요.
걸으시나 봐요?
에라, 모르겠다.
피해 가기에는 애매하여 인사를 했더니 팀장도 당황한 눈치입니다.
점심때 항상 걷죠? 나도 오랜만에 나왔어요.
그렇게 잠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엔 팀장님 땜에 잠 설쳤어요.
왜요?
지난번에 팀장님이 지시하신 거, 도저히 손댈 엄두가 안 나서요.
에이, 그거 하는 데까지 하면 돼요. 스트레스받지 마요.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 진짜 하는 데까지만 해서 드리면 엄청 따질 거잖아요.
아니라니까 그러네.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때에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그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얘길 다 해버렸거든요.
그동안 밉게만 보였던 팀장과도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건 오늘 출근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사무실에 들어서는 제 얼굴을 보자 두 손을 번쩍 들어 흔드는데 조금 당황.
본의 아니게
친해져버렸네?
하지만 싫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군요.
마치 오래 고민했던 난제가 풀린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미워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네요.
미워도 사랑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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