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계를 갖고 있나요?

by 프롬서툰

작은 도서관


점심시간마다 사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갑니다.


woman-6784555_1280_(1).jpg?type=w1

규모가 크진 않지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에겐 조용히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인 일이죠. 매일 거기에서 신문을 읽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신문을 읽는 시간을 따로 내기 부담스러워서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거든요.





청소원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에 익은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누군가 했더니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복도에서 만나는 분이었습니다.


회사 내부 청소를 하는 외부 용역 직원이었죠. 처음엔 어쩌다 한 번 방문한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매일 점심시간마다 매일 북 카페에 와서 책을 읽으시더군요.





신입사원


최근엔 다른 부서 신입 사원이 보이더군요.


library-7408106_1280 (1).jpg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까진 아니지만 같은 층에 근무하는 친구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자리를 잡자마자 책을 펼치고 열심히 줄을 긋고 필기를 합니다.


이직 준비를 저렇게 당당히 할 리는 없을 것 같고, 자격증이라도 준비하는 것일까요?


저는 30분 정도 있다가 자리를 뜨는데 그 친구는 아마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는 모양입니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


어느 소설에선 백성에게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했던가요?


옛날부터 착취의 대상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두려워했었죠. 양반이나 귀족이 하층민에게 그랬고, 식민지에 대해 지배국이 그러했습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니 왜 그런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들을 보며 최소한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았거든요.



chain-links-517550_1280 (1).jpg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겠다.





나는 어떤 쪽?


기필코
돈 받은 만큼만 일할 테야.

누군가는 매일 그런 다짐을 하며 칼출근, 월급 루팡, 칼퇴근 루틴을 돌리고 있을 겁니다.


반면 도서관에서 본 청소원, 신입사원에게선 마치 칼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랬어요. 그들이 매일 어떤 책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르기 때문에 더 두려운 것일 수도 있겠네요.





나의 세계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자는 두려운 법입니다.


최소한 직장 선배, 상사라는 유치한 이유만으로 쉽사리 침범하거나 훼손할 수 없을 거예요.


그 세계에는 그것을 구축한 자가 만든 섬세한 규율과 엄격한 원칙이 있을 테니까요. 아직 그런 세계를 갖지 못한 사람은 아마 상상도 못할 만큼 견고한 규칙 말이에요.


여러분도 그런 세계를 갖고 있나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https://blog.naver.com/surtune45/223887711966


작가의 이전글못 나온 사진 같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