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이 더 이상 나에게 오지 않으려면
#볼펜과 노트를 다시 잡았더니 일어난 일들
물욕이 적진 않지만 대상이 다양하진 않습니다. 꽤 양심적이죠? 그중에서 가장 일상과 가까이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게 바로 '문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문방구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도 용돈이 생기면 바로 문구점으로 향했습니다. 손에 꼭 맞는 펜을 만나면 무언가가 쓰고 싶어지고 그때의 고양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몰입의 재미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나 하루 8시간 풀근무를 하는 K-직장인에게 문방사우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체되었습니다. 펜과 다이어리는 주간 회의를 하러 갈 때나 챙기는 준비물이 되었고요. 그런데 최근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개발 강의를 수강하게 되면서 이 아날로그적 문방사우를 다시 쥐게 되었습니다. 아침 8시 회사에 도착해 비몽사몽 상태로 컴퓨터를 켜고, 강의에서 중요해 보이는 내용을 펜으로 적어둡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보고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나면 어느샌가 채워진 노트를 보며 묘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8월에는 사업 개발 강의 외에도 콘텐츠 기획법에 대한 강의도 수강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였기 때문에 6시쯤 퇴근해 신촌역으로 향했죠. 키보드를 치자니 오히려 더 졸려서 억지로라도 노트와 펜을 챙겼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의 도식화를 하고 그러다 보면 희미하게 알고 있던 것이 선명해지기도 했죠.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서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도 같이 적어두곤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배움의 중요성입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찾고, 그 분야를 더 잘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돈을 써보고, 그렇게 나만의 방향성을 찾아야 하더라고요. 그러지 않고 멍하니 있으면 하기 싫은 일이 눈앞에 와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만의 경쟁력을 길러야만 회사에서의 시간도 나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시간을 운용해 갈 때 일태기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무언가를 배울 때 구체적인 꿈을 꿀 수 있는 것 같아요. 막연히 사업 개발을 더 잘해보고 싶다, 사랑받는 콘텐츠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강의를 수강했는데요. 강의를 듣다 보니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내가 만드는 사업은 공익적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형태면 좋겠다든지, 이를 위해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어떤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겠다든지를 꿈꾸게 됐죠. 콘텐츠 또한 평소 좋아하기만 했던 소소한 브랜드, 개성 있는 저자를 더 디깅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걸 배워봐요 우리,
이제는 누가 억지로 과목을 정해주지도 않고 시험을 치게 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들이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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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점심시간에 주로 뭐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