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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Mar 08. 2024

별장(別莊)

별장(別莊)     

 보통 사람이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별장, 애인, 요트이며 가지고 나면 가장 관리하기 힘든 것이 이 세 가지라 한다. 별장 하면 생각나는 것이 누구나가 갖고 싶어 하며 부(富)의 상징이기도 하고 아늑하며 편안한 쉼터를 찾으려는 인간 소망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며 또한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정신을 맑게 하고 재충전의 가장 좋은 곳이 별장이란 생각이 든다.     

 창원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가 큰 학원을 운영하면서 별장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가까운 북면에 터가 아주 좋은 멋진 곳에 별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바로 밑에 재실(齋室)이 있어 마을 사람의 반대로 자기의 계획을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2년이란 시간을 투자하여 화왕산 병풍바위가 훤히 보이고 큰 저수지가 있는 나지막한 산자락에 별장을 지어서 친구들을 초대했다.      

 4월 13일 일요일 오전에 밭에 가서 잡초를 뽑고 2시나 되어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는 창원에 사는 이호상이라는 친구 부부를 태워 창녕 옥천계곡에 있는 친구 별장으로 갔다. 친구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정도였다. 집은 완성되었지만, 아직 잔디를 심고 정원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가까운 산에서 야생초도 캐어다 심고 비싼 소나무도 사다 심었고 과실나무도 집 주변으로 심겨 있다. 너무 빽빽하게 심겨 있어 나중에 크면 뽑아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아내는 야생초 전문가답게 야생초의 배열과 종류를 가르쳐 주면서 집 단장을 하는데 컨설팅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일찍 도착한 친구 부부와 주인 부부를 합해 총 4쌍의 부부가 가든파티를 준비했다. 주인 친구 부인은 어제 산에 가서 진달래꽃을 따다가 미끄러져 약간의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이며 준비하였다.     

 참나무 숯이 좋다며 말려 놓은 참나무에 불을 지피고 돼지고기도 준비하고 싱싱하고 깨끗하여 방송에도 몇 번 방영된 창녕의 청정 미나리와 창녕 양파, 그리고 상추를 준비했고 마늘 고추 등등 식당에서 나오는 것은 거의 준비가 되었다. 돼지고기를 얹어 노릇하게 굽으니, 모두가 군침을 흘린다. 내가 처음으로 상추에 고기 한 점 그리고 쌈장을 찍어서 아내에게 먹여 주었다. 3쌍의 부부가 살짝 야유(揶揄)를 보낸다. 티를 내지 말라고. 그래도 한 번 더 고기를 아내에게 주었더니 이제 말하기 싫다고 자기들끼리 소주를 원 샷 했다. 그래서 내가 상추에 고기를 얹어 옆에 있는 친구 부인에게 먹여 주었더니 받아먹은 부인이 기분 좋아한다. 이렇게 떠들며 밥을 먹고 소주도 먹고 싶었지만, 운전 때문에 딱 1잔만 마셨다. 시간이 흘러 이제 어둠이 깔리며 달이 뜨고 별이 초롱초롱 뜨기 시작했다.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이게 텔레비전에서 보던 가든파티이다.     

 저녁 먹고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우정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교육을 이야기했다. 고기와 밥을 먹었으니, 집 거실로 들어가 차를 한잔씩 하자고 한다. 주인 친구는 커피는 1년에 한 잔 정도 하지만 꽃차와 전통차를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지런히 모아 놓은 전통차기에 물을 끓여 작은 잔에 부어 차의 특성을 이야기하면서 시음하라고 한다. 난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여 전통차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니 평소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맛이 나는 것 같았다. 

 2억 5천만 원을 들여 지은 별장을 여름에 다시 한번 파티하자고 약속하고 저녁 10시께 집으로 왔다. 나의 꿈은 잘 지은 별장이 아니라 단층의 농촌집에서 닭도 키우고 정원을 이쁘게 꾸미고 사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정년을 다 채우지 않아도 애들 교육이 어느 정도 끝나면 시골 아늑한 곳에서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말년을 보내리라 생각한다. 웃음이 얼굴에 번진다. 나는 본능적으로 촌놈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좋다. 나의 노년이 행복으로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8. 4.18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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