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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07. 2023

사랑, 행복에 대하여

사랑, 행복에 대하여     

 2011년 6월 10일 10명의 학생에게 서양 사상사를 가르치는 과외 시간이다.

윤리 선생님 특강을 해 주세요

오늘은 선생님 강의가 식상(食傷) 한 시간이구나. 내가 교재 연구가 부족해 수업이 듣기 싫은 것이지?

아닙니다공부도 좋지만선생님의 살아오신 연륜에서 감명 깊은 이야기를 해 주시면 수업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고 삶에 활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인상이 남에게 호감을 주는 학생이 수업하기 싫은 이유를 선생님이 기분 상(傷) 하지 않게 하면서 자기들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노력한다.

특강이라……. 뭘 해야 특강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인생사랑행복 같은 주제로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선생님은 사모님을 사랑하세요?     

잘 모르겠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려니 사랑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잡기 힘들어 꼭 찍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네. 그렇다고 집사람을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싫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사랑이라고, 규정해야 할지 당장 말하기 힘드네. 가정의 평화가 사랑이라면 아내를 참 많이 사랑한다고 굳게 맹세할 수 있다.     

 선생님 사모님을 어떻게 만났는지 프러포즈는 어떻게 하였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내가 처음 직장을 다니다가 그 직장이 부도났다네. 그래서 지능, 적성검사를 하는 아주 조그마한 회사를 동업으로 설립하여 지능검사 여자 직원을 뽑았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지금의 나의 동반자라네. 처음에는 같은 직원이라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여직원의 한 명으로 아침에 만나면 묵례하고 저녁 퇴근 시간에 보이면, “잘 가세요” 하는 인사 정도만 했다네. 1987년 음력으로 2월 3일 내가 퇴근하면서 현재 스포츠 조선에 편집 부국장으로 있는 친구와 소주 한잔하기로 약속했기에 약속 장소로 나가려는데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의 아내가 약간 울먹이고 있더군. 이날이 그 아가씨의 생일이라 들었는데 왜 울까? 생각하다가 “미스 박 퇴근하죠!” 하고는 같이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네.

버스 정류장 부근까지 내 뒤를 따라왔는지 아니면 버스 타기 위해 걸었는지 모르지만 내 뒤를 따라오더구나. 그래서 “미스 박 오늘 생일인데 약속 없으면 소주 한잔하실래요.?”하니 살짝 미소를 보이면서 긍정적인 표시가 얼굴에 보이더구나. 이때까지 집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술 마시자 해 놓고 내심 걱정했지만, 아가씨의 인상이 사무실에서 늘 귀엽게 웃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던 기억이라 잘못 말한 것은 아니라고 지금 생각해 보게 되네.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나를 따라오는 거야. 그 아가씨가 나를 아주 좋아했던 모양이네. 흐흐흐

그래서 친구와 오징어 회무침으로 소주를 한잔하는데 친구가 더 관심 있게 많은 것을 물어보더군. 이 친구는 그야말로 play boy이거든. 친구가 정말 좋은 것이 이 친구가 많은 관심을 보이더니 나와 잘 어울린다며 사귀어 보라고 이야기하더군. 그 이후 우리는 평소보다는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았겠지. 그런데 나는 연애하는 사람들이 단순의 극치라는 생각과 자유를 빼앗아 가는 흉악범이 여자 사귀는 것으로 규정했기에 쉽게 데이트 신청이 되지 않더군. 오히려 집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 것 같아.     

에이~~~ 거짓말 같은데요…….     

그러다가 집사람이 직장을 옮기고 만남도 뜸하고 나는 내 자유를 위해 젊음을 불사르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지금 선생님이 되어 마산에 오고 직장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하고는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니까? 나는 프러포즈라기보다는 3년 정도 사귀니 자연스레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양가 부모 상견례하고는 결혼했지 뭐.     

선생님 너무 시시해요선생님은 좀 로맨틱한 센스가 있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게 화려함보다는 평범함이 많고 대부분이 시시해. 화려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표현력이 좋을 뿐 거의 비슷할걸.     

선생님 결혼 생활은 재미있으세요그리고 행복하세요.     

지금은 서로 싸우지 않고 서로 약점을 감싸주는 정도지. 나는 어떤 상황이 와도 이 규칙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아내는 자기 좀 불리하면 20년 전에 있던 약점도 들고 와서 공격한다네. 그래서 여자가 싫어. 그리고 싸움을 하면 내가 무조건 손해 본단다. 그래도 결혼 생활 22년 동안 나름대로 맡은 바 책임을 한 것 같네. 이게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선생님이니 제안을 하나 하자. 세상에 어떤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아내를 사랑하느냐? 현재가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아내를 사랑한다. 현재가 행복하다는 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 그래서 우리가 사랑과 행복의 개념을 자기가 규정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사랑을 규정해 보자.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물질적인 범주로 사랑을 규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여러분도 친구 간에 생일날 값비싼 선물을 주느냐에 따라 우정의 잣대로 두는 사람이 많이 있을 거야? 실제로 진정한 사랑은 여러분이 어떤 고민이 있거나, 자랑할 것이 있을 때, 그 고민이나 자랑을 들어줄 수 있는 배려가 있는 친구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사랑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막아버린다는 거야. 이렇게 되면 사랑=돈이니 돈이 많아야 사랑이 많다고 규정되거든. 돈 많은 사람이 사랑이 많다는 것은 여러분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 사랑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관심이라고 규정하자.     

 행복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자? 행복은 워낙 광범위하기에 그 범위를 작게 잡으면 잡을수록 행복의 수치는 올라가는 것이 행복의 법칙이 다네. 즉 행복은 성취/야망이란 등식이 성립한단다. 그러니 야망을 줄여야 행복의 수치가 올라온다는 거야     

 학생들이 아주 잘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꾸벅이고 해맑게 웃는다머리로는 이해되지만현실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인데 말이야.     

실제의 예를 들어줄게 

 오늘 아침이 우리 아들 생일이다. 어제저녁에 테니스 치고 회식한다고 밤늦게 집에 갔는데 아침에 아들 미역국 끓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5시 30분이더라. 왜 내가 미역국 끓이느냐고 물어보면 집식구들이 내가 끓인 미역국이 너무 맛이 있다고 하니 내가 미역국을 끓여야지. 나는 이것이 우리 식구에 대한 사랑이고 우리 집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단다. 사랑, 행복, 특강 끝이다.                 

                                                           2011. 6. 12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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