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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14. 2023

스승의 날

스승의 날     

 26회 스승의 날이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이다. 이 모든 책임이 선생님에게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봉건사회에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paradigm)에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근본을 침해했을 경우 우리 사회는 초토화될 것이 분명하기에 우리가 너무 쉽게 선생님을 부정부패의 화신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리라 생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 15일은 다가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임시 휴업한다고 한다. 5월 14일이 되니 교무실에 꽃바구니 몇 개가 왔다. 제자가 스승님께 보내온 것도 있고 학부모가 담임에게 보내온 것도 보인다. 어떤 선생님 자리에는 소포도 와 있다.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후 3시 30분 청소 시간이다. 오늘은 교감 선생님이 청소를 독려하시는 것이 아니라 식당으로 가자고 채근한다. 식당에는 푸짐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자 현재 2학년에 딸을 둔 학부모가 음식을 장만한 모양이다. 오늘 저녁 자율학습인데 저녁 안 먹어도 되겠네?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데 모두가 맛이 있다. 생선회에 소주를 한잔하라고 권하지만 참았다. 아직 수업이 두 시간 남아 있었기에……. 10분 정도 있으니 7교시 초인종이 울린다. 먹는 것 중지하고 수업하러 갔다. 7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 풍경을 보니 은근히 화가 치민다. 내가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자부하며 살아가는데 스승의 날 남들이 받는 꽃도 한 송이 못 받는다는 생각에 미치자 더 화가 난다. 비록 내가 남학생 담임 전문이라 소소하게 챙기는 여학생보다 못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화가 난다.     

 8교시 수업 들어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선생님 ㅁ겸이 입니다.” 너무 늦게 전화를 드렸는데요. 

오늘 저녁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겠습니까?“

”저녁 7시 넘어야 시간이 되겠는데“라고, 이야기하니

”고맙습니다. 선생님 마산 분수 로터리 부근에 삼대(三代) 초밥집으로 장소를 잡겠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 최고의 선생님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생각하고 8교시 수업을 위해 교실로 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같이 자율학습 감독하는 선생님이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자율학습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내가 양해하고 가려 했는데. 참 난감하다.     

 6시 30분 교실로 갔다. 우리 반 남학생 몇 명이 서로 다른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 부끄럽게 자기표현을 한다. 샘!! 스승의 날이라서요. 

고맙다. 정말 생각하지 않은 감사 표시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2학년 학년 부장 선생님이 오늘 퇴근하는 날인데도 교실로 왔다.

“홍 선생님 오늘 제자가 부르는데 자율감독 내가 하겠심더.” 빨리 가보세요. 한다.

내가 전화 받을 때 들은 모양이다. 어제 부산에서 제사 지내고 새벽 3시에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세심하게 배려해 주니 정말 고맙다.     

 시간은 조금 늦었지만,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갔다. 이제 나이가 34살이라 중년 모습이 보이는 제자다. 모 정당의 관리과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제자다. 선생님 다른 애들도 모으려고 했는데 사는 것이 바쁜지 퇴근이 늦어서 나 혼자 왔습니다. 학교 다닐 때 참 얌전하던 제자인데. 고마울 따름이다.     

 일식집으로 꾀 고급 음식이 나왔다.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한다. 제자 아이가 7살이라고 한다. 맞벌이 부부 하면서 유치원에 보내니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내가 아이 키운 경험과 학원 다니는 시기와 학원 종류를 이야기한다. 벌써 소주가 두 병째 비워지고 있다.

그리고 제자들의 근황을 이야기하고는 10시 30분에 식당에서 나왔다.     

 둘이 노래방으로 갔다. 내가 고마워 술 한 잔 더 사려고 갔다. 맥주 한잔하는데 다른 제자가 불쑥 나타났다. 1학년 때 내가 담임했는데 선생님이 보고파서 늦어도 왔단다. 그러더니 이 제자가 주인을 부르더니 도우미를 요청한다. 내가 손사래를 친다. “그런 것 하지 말자. 대신 내가 하나 제안을 할께?” 각자 자기 노래 신청하여 나온 점수에 따라 1등 공짜 2, 3등은 천 원씩 내기하자. 그 돈은 노래방비에 보태자. 

두 사람이 흔쾌히 승낙한다.

그렇게 재미있게 놀다가 12시 30분에야 마치고 집으로 왔다. 너무 기쁜 하루다.     

 5월 15일 아침이다. 딸은 학교에 간다고 한다. 카네이션꽃은 13개 만들어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과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 모두에게 드린단다. 매우 좋아 보인다. 얼마나 보기 좋은 풍경인가? 아내는 봉사활동 하러 가고 아들과 둘이 집에 있었다. 12시 가까워져 오자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아들에게 제안했다. 

오늘 스승의 날인데 점심은 네가 사라?

아들 대답이 “최고의 스승님은 부모님인데 내가 싸 드려야지요!!” 하면서 주머니에 모아두었던 돈 7,000원을 내놓는다.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른데 정말 돈까지 내놓다니…….

내가 대신 돈을 지급하려다 아들 정성을 생각하여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휴대전화기에는 쉴 틈 없이 문자가 들어온다. 참 뜻깊은 스승의 날이다.     

                                        2007. 5. 15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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