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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28. 2023

삶의 목표(目標, goal)

삶의 목표(目標, goal)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으며 도달하려는 목표가 있다. 거의 모든 생명체의 기본 목표는 종족 유지일 것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죽어서도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에 경외심까지 들기도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종족 유지나 쾌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최선의 노력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것이 참된 삶이라 자위하면서 후회 없는 삶이라고 자평까지도 한다. 목표에는 단기적인 목표가 있고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단기적 목표는 짧게는 하루도 되고 길게는 보통 10년 정도가 많다. 단기 목표는 달성되면 더 높은 단계의 목표가 설정되거나 또 다른 목표가 설정되며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달 수입에 몇 %를 저축하고 10년 안에 집을 마련하고 집이 마련되면 더 큰 평수의 집을 마련한다든가 자동차를 사려는 목표 설정이다. 물론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목표가 동시다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장기적인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의 결과물을 가지고 종합적이고 추상적인 목표 즉 ‘행복’ ‘인격 완성’으로 인생의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결과물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논어의 위정 편에서 공자는 70세에 마음의 욕심을 따라가도 법도를 넘지 않는(從心所慾 不踰矩) 인격 완성을 목표로 삼았음을 볼 수 있다. 나의 삶의 구체적 목표를 개인적 삶의 목표, 가정의 화목과 평화의 목표, 직장에서 감당해야 할 목표, 다가오는 노후의 새로운 목표를 살펴보자.     

 개인적인 삶의 목표는 인간이 태어나서 작은 족적(足跡) 하나 정도는 남기는 것이다. 후세에 큰 이름을 떨치지는 못해도 죽은 뒤에 나의 이름을 누군가는 알아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산골 소년 시절에는 밥 굶지 않는 것이고 중학교 진학해서는 대구 연합고사 합격하여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었고, 고등학교 입학하여서는 국립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어머니가 경북대학교를 지나가며 저런 곳에서 교육받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자주 하시던 이야기다. 둘째 아들이 서울대학교 졸업해도 엄마는 경북대학교가 좋아 보였던 모양이다. 이 당시 진로에 고민이 있었다. 경찰관도 하고 싶고 교사도 하고 싶다가 대학교수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인문학 과로 진학했다. 대학 진학하고는 흰머리 휘날리며 철학 강의하는 교수가 나의 삶의 목표였다. 그러나 의지가 박약(薄弱)하고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부자(富者)가 목표로 재설정되었다.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세일즈 신화로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2년이란 세월을 힘들게 버티다가 쉽지 않음을 알고 현재의 교사로 부임하게 되었다. 교사가 되고 결혼하면서 개인적인 야망은 없어지고 가정의 목표와 직장의 목표로 전환되었다.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위한 목표를 설정했다. 가난한 결혼이기에 부부가 사랑과 화합으로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낳아 훌륭한 아이로 키우기, 부모에게 효도하기, 그리고 경제적으로 좀 여유롭게 살기가 목표였다. 결혼 30주년이 지났는데 부부간에 약간의 위기도 있었고 지금도 가끔 다투기는 하지만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는 된다고 자부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월급의 80% 이상을 저축하며 결혼 6년 만에 집을 마련했고 점차 큰 집으로 이사했으며, 자동차도 남들이 가질 때 중고차지만 여행이나 이동에 불편은 없었다. 과시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자수성가했다고 칭찬을 듣기도 한다. 아이들 훌륭하게 키우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시켜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연봉 많은 직장에 취직하여 형편 좋고 사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여 잘 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적이고 인격이 반듯하여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자부하며 시작했다. 적어도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나름 영재 교육원도 다니고 도 교육청 대회에 입상도 하고 학교 성적도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했기에 안심했지만, 부모의 치밀함의 부족으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서 꿈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여 3년간 우수한 성적 유지하며 선행상도 타고 반장도 할 정도로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주었지만, 대학은 서울의 중하위권에 입학했다. 최고 대학에 실패했지만 나름 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아들도 공부에 열중했고 나름 성실히 했지만, 입시 운이 없어서 부산의 국립대학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둘 다 인성적인 측면에서는 목표에 달성했다고 자부한다. 다음으로 부모에게 효도하기다. 효도를 잘했다고 하면 거짓이다.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잘할 수 없는 것이 효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듣기 좋은 말로 좋다는 표현을 여러 번 하셨고 동네 사람들에게 약간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세분하여 이야기하였는데 전체적으로는 우리 집 분위기가 좋다. 서로 대화가 잘 되고 배려가 있는 집이다. 앞으로 목표는 3층 집에 일 층은 우리가 살고 2층은 딸 부부가 살고 3층은 아들 부부가 살기를 희망한다.      

 직장에서 감당해야 할 목표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직이 목표였다면 수학 성적이 좋아 수학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에 교사가 목표였다면, 국사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대학에서 철학 전공하며 학점을 채우기 위해 교직을 신청하여 국민윤리 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 2년 후에 대학 동기의 권유로 사립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부임했다. 첫 부임 할 때 교사의 목표는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이 롤-모델이었다. 수업은 교과 내용의 기본만 하고 인생의 길라잡이나 세상을 보는 주관적 신념이 뚜렷한 인간을 배출하는 것이었는데 인생의 경험이 부족하고 나의 주체적 신념도 빈약하여 학생에게 올곧은 신념을 심어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학생이 교사 평가를 할 때 선생님의 좋은 말씀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교사 부임 1년 후 본격적인 담임과 입시에 매달리며 교직의 목표가 수정되었다. 학업 중단 학생 최소화하기, 학생에게 인정받는 교사, 입시에 성공하기, 확실한 교육관으로 교육하기, 교장하고 정년 퇴임하기이다. 이제 교직의 마무리 과정에서 지난날의 과정을 보면 부정적 시각보다는 긍정적 시각이 많아 목표 달성했다고 자부한다. 교직 30년에 25년 담임과 학년 부장을 역임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를 90% 이상은 달성했다고 자부한다. 10% 달성 못 한 것이 교장이 되는 것이다. 아직 정년까지 몇 년이 남았지만, 교장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치밀한 계획과 철두철미한 행동의 원칙이 필요함을 느끼고는 그 꿈을 접었다. 아직 몇 년 남은 교직에 학생과의 친밀도가 떨어지거나, 학생들이 싫어하거나, 수업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때, 내가 진절머리를 낼 때가 바로 퇴직이란 자세로 교직에 멸사봉공하고 있다.     

 내년이면 60살이 된다. 노후에 삶의 계획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현실적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단기적 목표가 되었고 그 숙제를 검사한 결과 ‘참 잘했어요’라는 아니지만 ‘잘했어요’ 도장을 받았으니, 지난날은 추억으로 남기고 지난날을 바탕으로 앞으로 계획을 세워보자. 현재까지의 내 삶이 성실, 근면하며 많은 일에 인내하고 마음의 평정과 검소한 생활에서 오는 절약 정신과 소심함에서 오는 투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주변 상황이 큰 변화가 없으면 현재의 생활이 연장되기에 이를 바탕으로 노후 계획을 세워보자. 첫째로 노후에 3층 집에서 딸과 아들이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현실적으로 10%의 가능성도 없다. 아내와 단둘이 오붓하게 살아가는데 아내는 자연인이나 농업인이 되기 위해 많은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아마도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동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일상적인 생활은 내 목표가 아니라 아내의 인생 목표에 기댈 수밖에 없음도 기뻐하고 행복해하자.     

 둘째로 지난 20년간 짬짬이 써 온 수필집을 발간하고 싶다. 인간으로 태어나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읽고 누군가 감명받으면 가장 행복한 일이고 내 삶의 일부분이라 벤치마킹하면 큰 보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늙어 죽을 때까지 문학 활동은 하고 싶다. 셋째는 인간관계이다. 지금까지는 원만하게 인간관계를 유지했었다. 젊을 때 인간관계라면 친구, 직장, 동문회 그리고 취미생활 모임 단체에서 맺은 인간관계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나이 들어 인간관계는 친구와 취미생활 모임 단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취미생활 모임은 친밀도가 떨어지고 이해관계가 형성되기에 친구만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논어 첫 편에 ‘자왈(子曰) 멀리서 친구가 찾아주니 기쁘지 아니한가?’ 이 말이 있지만 나는 늙어서 친구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옥같은 친구가 술 한잔할 수 있도록 건강 유지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넷째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 지금은 테니스를 치고 등산도 한다. 두 가지 다 과격한 운동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오래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봉사활동이다. 어떤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지는 지금 고려 중이다. 퇴직 이후에 정하려고 한다. 


                                  2019. 11. 28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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