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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Dec 29. 2023

선택(選擇, Choice)

선택(選擇, Choice)     

“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 풀이하자면,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선택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답게 인간의 주체적 의지를 강조한  사르트르의 말이다. 굳이 사르트르라는 철학자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태어나는 것 빼고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삶을 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린아이는 자기 의지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아도 가만히 누워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만족할 때까지 충족해 가면서 자란다. 오히려 주위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문제를 주체적 의지로 해결해 간다.     

 학생들도 부모의 등쌀에 마지못해 공부하고 자기 삶의 지표를 부모에게 넘겨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린이나 학생들의 의지를 뭉개버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학시키려 하여도 본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부모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본인의 의지를 확실히 펼치기에는 외적 환경 즉 경제적 독립이나, 사회 제도적 자율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기에 스스로 자기 삶의 문제를 선택하여 결정하기 어려운 시기로 보인다. 그래서 선택 갈등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선택의 갈등이 실현되는 시기가 성인기이다. 외적 환경도 본인의 극복도 이제 자기 결정의 책임이 있는 시기이다. 첫 번째로 직업의 선택이 있으리라. 대부분 사람이 나약한 의지와 편한 일생을 선택하기에 좋은 직업을 선택하려고 노력하지만, 직장이 선택해 주지 않아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자유의지를 앞세워 자기를 선택해 주지 않으면 과감히 떨쳐버려야 하지만 인간의 독립적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회사가 선택해 주지 않아도 선뜻 떨쳐버리지 못하고 직장이 자기만 선발해 주면 “무조건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기뻐하는 것이 청년기다. 인간으로서 가장 주체적인 삶이 소멸하는 시기가 이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두 번째가 결혼의 선택이다. 정말 사랑하면서 결혼하면 참 좋으련만, 대부분 사람이 그 사람의 직업을 사랑하고 상대 부모의 재력을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가다가 인간 자체를 사랑하기에 결혼하는 젊은 부부를 보면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돈으로 어느 정도 편리성을 찾을 수는 있지만 서로 소통이 부족하여 힘들게 사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는 것을 볼 때 결혼의 선택을 어쩌면 평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는 얼굴도 모르고 그냥 집안만 보고 결혼을 했다니 자기와 맞는 여자나 남자를 만나는 것은 로또에 당첨보다 어려웠을까? 아님, 현명하게 상대를 배려하며 살았을까? 아님, 대충 포기하고 밥이나 먹고 아이나 낳아서 대를 이어가는 거로 만족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정교육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라 사고의 폭이 비슷하여 서로 배려하며 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여길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때 선택에 상당히 신중했음을 보여 준다. 현대에는 서로 연애하거나 신중하게 맞선을 보고 선택한 부부지만 50대 중반에 부부들이 명목상 부부들이 많아 보인다. 실제는 잘 살면서 겉으로 보이기만 그런 것일까? 궁금해진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직업과 결혼이 있고 나면 본격적으로 인생의 삶이 선택되는 시점이다. 직장과 가정의 선택, 부모와 처부모 효도, 시집과 처가의 베풂과 의무의 형평성, 자식 교육 선택 등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결과를 예측하여 보지만, 비율이 낮은 예측이라 선택에 만족해야 하는 시기가 이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앞도 뒤도 쳐다보지 않고 열심히 전진한다. 이 시기가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하는 시기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부모는 또 다른 선택의 기회가 몰려온다. 바로 놀이문화이다. 취미생활의 선택이다. 대부분이 50대이기에 놀이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새로 무엇을 배우는 것이 힘들기에 등산이나 골프에 All in이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남녀의 모임도 여기서 많이 이루어진다. 남녀가 50살 넘으니, 중성으로 변하면서 몇 마디 대화로 나이가 비슷하면 친구가 된다. 올바른 선택은 그 사람들 행동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리라. 아울러 이 시기에 부부의 갈등도 약간의 고비가 있다. 용기가 적어 이혼까지는 가지 않지만, 갈등은 많으리라. 남자가 더 많이 아내에게 요구할 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생에 황혼이 오면 자연히 선택은 줄어든다. 우리가 청춘을 예찬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풍부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폭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 시기의 서글픈 이유이다. 
                                                2016. 1. 26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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