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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02. 2024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기일(忌日) 10주년을 맞이하여)     

 국정을 수행하는 정치적 기준으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로 구분한다. 그것을 우파 또는 좌파라고도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이전에는 이념적으로 우익과 좌익으로 나누어 투쟁하다가 6.25 전쟁으로 좌익은 발붙일 곳을 잃었고 우익이 득세하다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장기 집권이 시작되면서 군부 독재와 민주화가 정치적 이념으로 득세한다. 김영삼, 김대중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화 세력이 1987년 6.29 선언을 끌어내면서 보수주의와 개혁적 보수주의가 한국 정치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가 등장하면서 기존상태를 보수로 규정하고 자신의 정부를 진보주의로 명명한다. 진보주의 이념을 국가 지표에 정착한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이다. 기존의 보수는 국방과 경제 안정을 발판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에 나이 든 사람의 표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노무현 참여 정부는 슬로건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제창했고 그 실천 방안을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으로 규정했다. 종전의 보수주의와는 이념적으로 많이 개혁된 모습이 보인다. 보수주의는 경제 안정과 국방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진보주의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우선하는 것이 특징이 아닌가?     

 우리나라 앞서 산업사회를 형성한 국가에서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이다. 복지란 빈부격차 해소, 소외된 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복지보다 한 수 위의 이념이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즉 사람 사는 세상이고 깨어있는 국민을 양성하는 그것으로 생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양심과 체면이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돈 많은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더 잘 사는 사회가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일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나 국가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하다. 모든 가치판단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1946년에 태어났으니 해방 이후라 나라가 혼란한 시기이다. 본인의 기억이 어느 정도 되는 시기에 6.25 전쟁이 일어나고 휴전 협정이 맺어질 때 초등학교 입학하였으니, 사회의 혼란을 몸소 체험한 세대이다. 빈농으로 태어나 부산 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당시에 부산까지 공부하러 간 것을 보면 그리 빈농보다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고 장학금에 의존하여 학교 다닐 정도라니 머리는 매우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인문계나 실업계는 상관없다고 본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인문계와 실업계를 골고루 갔다가 나중에 자기 적성에 맞추어 갈 길은 간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자연인 노무현은 1973년 결혼하고 사법고시에 응시했다고 한다. 4번 만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 당시는 가정생활에 부인이 이끌어 갔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아내의 부친 좌익 활동 이력에 대해 질문하자 “대통령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고 말해 최고의 남편으로 칭송된 바가 있다. 의리 정신이 아주 뛰어난 면모가 보이는 장면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판사에 잠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생활고를 이겨내면서 사회에 참여한다. 사회 참여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립이다. 차별에 대한 울분이다. 인문계와 실업계의 차별, 대졸과 고졸의 차별, 사업자와 노동자의 차별에 대한 직설적인 성격이 합해지면서 직진만을 고집한다. 그러다가 당대의 정치 거물 김영삼 총재의 추천으로 1988년 국회의원으로 진출한다. 국회 ’ 5 공화국 비리 청문회‘에서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된다. 그 후 3당 합당(合黨)을 야합(野合)으로 비난하며 자기를 정치에 이끌어 준 사람을 떠나 홀로 자기 길을 걸어간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고 호남인이 득세하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어렵게 이기고 이회창 후보와 대결하여 어렵게 16대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노무현 당선자는 그리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은 듯했다. 그래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아마추어’라는 비난을 많이 감수해야 했다. 대통령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이라 큰 뜻을 펼친다. 사람이 살아보면 보통 사람이 가장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이 반칙과 특권이다. 반칙과 특권이 없다는 것은 이념을 떠나,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의 조건이다.     

 반칙이란 있는 자나 없는 자가 편법을 사용하여 일신상의 편리하고 자기 이익이 되도록 추구하는 삶의 방법이다. 사람이 살아보면 보통 사람이 가장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이 반칙이다. 반칙이 없으면 열심히 살고, 양심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노무현은 반칙으로 얻은 기득권을 싫어했다.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쟁취하려는 정치적 아버지인 김영삼을 반칙으로 비판하고 결별한다. 또 본인이 종로 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에게 당선되고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긴다. 기득권을 가진다는 것이 반칙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 당시에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반칙으로 간주한 모양이다. 우리가 살아보면 곳곳에 반칙이 많다. 반칙이 없는 공정한 사회, 법이 지켜지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반칙 없는 사회로 규정하리라 생각해 본다.     

 인간 노무현은 노동 운동을 변호하면서 가진 자의 특권, 권력을 가진 자의 특권에 몸서리쳤을 가능성이 크다. 1987년 이전만 해도 노동자의 삶은 비참했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았기에 사용자의 횡포에 대항할 힘이 없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주의의 초석인 ‘6. 29 선언’으로 국민의 승리를 쟁취하고 다음 해 당대의 정치 거물 김영삼 총재가 추천하여 국회의원으로 진출한다. 국회의원 시절 특권 의식을 내려놓은 대표적 사례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직원들 월급과 본인의 봉급을 합해서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한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하는 일에는 경중이 없기에 보수는 산술적으로 평등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 의식을 내려놓은 모범적 사례이다. 그리고 특권을 가진 집단으로 검찰을 지목한다. 검찰의 특권을 내리기 위해 직접 검사들과 토론도 한다. 그렇지만 관료제를 개혁하기는 쉽지 않아 검찰의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개혁인데 오히려 개혁 세력에게 지적당하는 것이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무역 협정 체결이나 제주도 해군기지 사용 허가를 한 것이다. 아무리 특권 폐지를 강조하며 개혁을 강조하는 대통령이지만 국익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인지도 모른다. 사회 전체적인 개혁 진보를 5년 안에 실행하는 것은 무리였고 주변의 보수 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정착하려고 했던 진보 이념은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히려 퇴보하고 국민 원성으로 차기 정권을 보수에 넘겨주고 만다.      

 자신의 진보 이념을 정치적인 실행에는 막을 내리고 공동체의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러 고향으로 간다. 고향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삶인가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상부상조와 협동 정신으로 공동체 생활을 시도하며 수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주변 농부들이 동참하여 기반을 다져나갔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젊은 나이에 인생을 마무리함으로 자신의 진보적 이념의 실천은 끝을 낸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대통령 재임 시절과 퇴임 후 1년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의 구호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국민이 대통령 서거 10주년이 되자 사람 사는 세상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을 국민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정신적 지도층에 있던 성철 스님,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도 사후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일깨움을 주셨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삶의 방법 즉 사람 사는 세상의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의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 삶의 지표를 추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019. 5. 24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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