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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04. 2024

후회가 적은 삶

후회가 적은 삶     

 좋은 삶을 영위(營爲)하는 기준으로 ‘동기나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고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 삶의 동기나 과정을 중시하고 결과가 없으면 삶 자체가 산만할 수 있고 동기나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좋으면 삶의 끝이 공허할 수 있다. 둘 다 조화로운 삶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지만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어느 하나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인간 삶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혜롭게 살았던 선인(先人)들은 조화롭게 살아갈 방도로 ‘절제’ ‘인내’ ‘성실’ ‘극기(克己)’ 같은 삶의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지성적인 덕을 중시하기보다는 도구적 이성을 중시하여 정신적 여유에서 오는 삶을 살기보다는 어느 한쪽에 몰입하여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목표로 제시하고 그 결과로 삶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라는 스포츠 표어가 있다. 스포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이 공식을 대입하여 ’더 많은 재산 모으기, 남들보다 더 많은 지배적 권력 갖기, 더 빠른 출세로 주변 사람에게 관심받기‘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의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화목한 가정 갖기, 자신과 가족의 자아실현 하기, 주변의 불우한 사람에게 베풀기 및 봉사하기‘라는 목표를 세우면 어느 쪽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즐겨 하는 게임이 있다. 아주 단순한 게임이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우리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경쟁력, 조화력, 인내력, 열정, 참을성, 성실성, 절제력의 덕목이 필요하다. 게임에서 오후 3시가 되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이 무료로 6개 중에 하나를 무작위로 주어지고 순위경쟁을 통해 1등을 하면 게임머니가 많이 주어진다. 실험적으로 순위경쟁을 하지 않고 한 달 동안 주어진 여건에서 게임만 하니 게임 아이템이 창고에 가득 찬다. 그러나 재미가 별로 없고 소극적이다. 게임머니를 따기 위해 순위경쟁에 뛰어드니 창고에 게임 아이템이 늘 부족하다. 피를 말리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게임머니가 들어오는 기쁨을 맛본다. 순위는 상위에 도달하지만, 창고에 게임 아이템은 완전 소진이다. 둘을 만족하는 게임은 절제와 능력의 덕을 완벽하게 조화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으로는 거의 불가능이다. 현실적으로 의욕이 앞서면 내실이 없고, 큰일은 망가지며 의욕이 적으면 무슨 일이든 진입과 목표 달성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인간들의 삶이다.


 나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본다. 1961년 태어나 1960년대를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호의호식(好衣好食)은 아니어도, 굶주리지 않는 삶에 만족했다. 산골에서 필요한 돈도 별로 없었지만, 주변 사람이 비슷한 처지에 살았기에 상대 평가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1977년 대구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도 시골 출신이면 누구나 겪는 셋방 자취생활을 했고 차비와 교과서만 있으면 된다는 신념으로 학교생활을 하였지만, 성적이 뛰어난 친구들은 과외를 하였고 시내 중심가에 놀러 가면 돈이 필요했다. 나에게는 차비와 천 원 지폐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만원 지폐를 쑥 내밀며 계산하는 친구를 보면서 빈부의 격차를 약간 실감했다. 그래도 억울할 정도는 아니었다. 공부에 치중했기에 스스로 열심히 하여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성적에 만족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에 입학했고 시골에서 농사만으로 아들 대학 보내기는 부족했기에 나 또한 하고 싶은 일을 참고 또 참으면서 생활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의식주와 장학금으로 대학 생활을 버티었다. 대학원 진학이 돈이 없어 포기하고 직장생활은 돈을 최대한 빨리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정직(正直)을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나의 가치관으로는 그런 직장을 찾을 수 없었다.      

 교직에 몸담고 결혼을 생각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결혼 상대자의 좋은 직장과 돈 많은 처가 집을 우선 선택한다고 이야기한다. 먼 친척 할머니가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돈 많은 아가씨를 나에게 중신해 주었지만, 나의 선택은 연애 2년 한 사람과 결혼했는데 남에게 자랑할 것이 별로 없었고 처가 집은 우리 집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었다. 단칸 셋방에 신혼은 달콤했고 임신한 아내는 육아와 가정에 충실하였으며 우리 부부는 부모에게 기본적인 사람 노릇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끼고 절약하여 내 집 마련했고 중고차지만 끌고 다니고 자식들 교육에도 열정적으로 정진했다. 혼자 벌어 그 정도 혜택을 받은 것에 늘 감사하다는 자식들의 성장 후기이다. 내가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한 나와의 큰 약속은 후회가 적은 삶을 살기이다. 집 식구 모두에게 해당하는 상황이다.     

 우리 식구들의 삶의 모습이다. 나는 검소, 절제가 생활화되어 있어 돈을 아무렇게나 쓰지 않는다. 술을 좋아해서 술좌석에 자주 가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한 달 쓸 수 있는 돈만큼만 간다. 동료나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는 듣지 않는다. 그리고 글쓰기도 하고 테니스, 등산도 하고, 각종 동기 모임이나, 친구 모임, 취미생활 모임에도 빠짐없이 다닌다. 큰돈이 없어도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하고 주변 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듣는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라 생각한다.

 아내는 아이들이 클 때는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다 크고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한다. 수영도 다니고 승마도 하고 스쿠버도 한다. 골프를 한 달 하더니 재미없다 한다. 돈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식물 키우기, 꽃밭 가꾸기, 농업을 현대적으로 리메이커 하기 애호가다. 텃밭도 보통 이상을 장만하여 정원 가꾸기에 매진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즐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간다.

 딸도 나름대로 삶을 즐긴다. 취미생활도 친구 모임도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한다. 직장 다니지만 자기 수입을 한 번도 밝히지 않는다. 자기가 쓰는 돈도 모두 비밀이다. 월급 받으면 오십만 원을 부모에게 부쳐준다. 키워준 보상이란다.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아들은 그리 활동적이지 않다. 자기 일에는 충실하다. 대학원 다니면서 매 학기 세계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가할 정도로 열정적이지만 직장은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대학교 교직원으로 선택했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의 삶이 목표인데 400명 교직원에 우수사원으로 선발되고, 부모 때문에 결혼도 생각하고 직장도 다니며 최대한 저축을 한다고 한다. 자기 의지대로 살기를 기원 할 뿐이다.     

 아주 친한 친구를 제외한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첫째 ’돈 자랑’을 많이 한다. 저축을 많이 한다. 해외여행을 다닌다. 골프를 친다. 좋은 차와 좋은 집에 사는 자랑도 암시적으로 한다. 자식에게 증여한 돈이 많음을 이야기로 한다. 자랑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60년대 태어난 사람은 가난을 경험했기에 곡간(穀間)의 그득한 풍요로움이 충분히 자랑이 된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만 모았다는 이야기다. 왠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드는 것은 나의 왜소함 때문일까? 

둘째로 인간관계를 어려워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어려운 일이 인간관계일지도 모른다. 부부, 부모 자식, 친구,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는 무척 어렵다. 어느 시인이 ‘외로우니 사람이다’라고 노래했지만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해결이 된다. 인간관계의 바탕이 ‘소통’이다. 소통의 바탕은 ‘배려’와 ‘공감’이다. 많은 사람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하지 않는다. 소통의 바탕이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이다. 잘 듣고 필요하면 배려하고 나의 의견을 교환하여 공감을 이룰 때 비로소 소통되고 소통이 되면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람이 평생 걸려 터득한 것이 겨우 숨 쉬는 것이 전부라는 시인의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숨 쉬는 것은 기본이고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이 아닐까? 인간답게 사는 것은 사람의 목표와 가치관이 다르기에 하나를 찍어 말하기는 어렵다. 자신만이 안다고 하더라도 현상적인 삶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남의 시선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자신이 성찰하여 후회가 적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자.

                                         2024. 1. 2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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