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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헌 Jan 05. 2024

말 한마디(一言)

말 한마디(一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가장 빠르게 말하는 사람은 ‘수화(手話)’하면 되지? 할 것이다. 수화도 엄연히 말이다. 입으로 소리 내어야 하지는 않지만 소통하는 도구로서 말이 분명하다. 그러면 문자로 서로 주고받으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현대의 젊은 층이라면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 워낙 수다를 많이 떨고 소통하니 말이 필요 없고 카카오톡이 더 편하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 없다면 문자도 없을 것이니 말없이는 못 산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말은 인간관계가 수직상승으로 좋아지는가 하면 나쁜 말은 한마디만 해도 최악의 인간관계가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 속담에서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면 말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더 낫다.’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 측면에서 보는 표현은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많을수록 거칠어진다.’ 말의 비밀을 강조할 때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속담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은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제맛이다.’ 기타 말의 신중함을 강조하는 속담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마라.’ 등이 있다. 속담에서 말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니 아껴서 신중하게 쓸 것을 강조한다.      

 고전에서 살펴보면 논어(論語)에서는 세 번 생각하여 한마디 하라고(三思一言) 충고하고 있고 탈무드에서는 ‘말이 당신의 입속에 있을 때는 당신이 말의 주인이지만 한번 입 밖에 나와 버리면 말의 노예가 된다.’라고 말의 신중성을 강조한다. 한편 베이컨은 우리가 참된 인식을 방해하는 우상(Idols) 중에 ‘시장의 우상’을 지적한다. 언어의 잘못 사용에서 오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의미한다. 간디는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 되며, 행동은 습관 되고 습관은 운명된다고 주장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네 언어의 한계가 곧 네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상대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 인격의 한계가 나타남을 지적한다. 동서양의 고전에서도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 걸음 나아가 말의 원천인 생각조차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평생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나는 말의 중요성을 아주 심각하게 몸으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다. 한참 인생이 피어나는 고등학생에게 막말이나 패배적인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러나 보통 선생님들은 화가 나면 막말을 쏟아낸다. 막말하고 후회하지만, 그 말은 들은 학생이 앞길에 무엇 하나라도 포기하는 일이 생기면 더 큰일이 아닌가? 교육 현장에서는 칭찬이 최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백만 권 이상이 판매되었음에도 보통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행동 당시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늘 준비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말이 쉽게 나오지 않으면 ‘엄지 척’을 해도 된다. 하나 더 명심해야 할 일이 수업 시간이 든, 일상생활이든, 중언부언(重言復言)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첫 말에는 수긍이 되다가 두 번째 들으면 신뢰가 떨어지고 세 번 들으면 잔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양귀자 씨 소설에 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유명 강사들 보면 수업 내용 근거로 사실(Fact)을 많이 모아 편집을 잘하여 제시하면 말이 그리 많지 않아도 된다. 유명 강사들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적합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배치를 잘하는 사람이다. 즉 말이 많으면 실력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2017년 아내가 야콘을 재배했다. 농업은 농사짓는 일보다 판매가 더 어렵다. 고향에 농사짓는 친구는 농협에서 전부 가져가 경매하고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아내는 옥션에 올려놓아도 몇 상자 주문에 그쳤다. 그래서 고등학교 40년 친구 부부 모임에서 야콘 이야기를 했고 필요한 몇 사람이 야콘을 주문했다. 여행을 마치고 농장에서 택배로 야콘을 보냈고 며칠 후에 친구 부인들에게 문자와 전화가 왔다. 그 내용이 “00 엄마 야콘 잘 받았습니다. 야콘을 깎아 입에 넣고 시원한 맛을 음미하다 보니 00 엄마 노고에 고개가 숙어집니다. 참말로 맛있심더” 한다. 전화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아내가 하는 말 ”일 년 농사 힘들었던 것이 한꺼번에 다 녹아납니다.” 첨언으로 뼈대 있고 좋은 가문에 시집가서 하는 말 한마디가 전부 양반 가문의 품위가 이렇게 나타난다며, 친구 아내들을 칭찬한다. 오는 말이 곱기에 들리지 않지만, 좋은 평을 받는다.     

 누구나 말의 소중함을 안다. 품위 있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교양 있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마음만으로 안 되는 것이 말이다. 그 사람의 품성이 제대로 형성되었을 때 말에도 자연스럽게 교양이 넘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말 들어주기를 싫어한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격이 되는 사람과 대화하면 조용히 이야기해도 대화가 잘 된다. 1987년에 첫 취직을 하고 노동자 삶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막노동하는 사람들이 가는 술집에 앉아 있으니 5명이 모여 술 마시는데 5명이 모두 자기 이야기만 한다. 전부 자랑이다. 자기 자랑도 아니고 가족 자랑도 아니다. 친척의 조카 자랑을 한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고급 레스토랑에 갔더니 잔잔한 클래식 음악 소리가 들려도 남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손님이 전부 침묵하는 것이 아니고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전부 상대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기에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들리기 때문이다.     

 ‘남의 말 좋게 하기’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남의 말 좋게 하기’ 전에 남의 말 잘 들어주기 교육이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주관적인 너무나 주관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남에게 해도 방해가 되지 않을 내용의 대화술도 교육해야 앞으로의 장래가 밝아질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 잘 들어주어 좋은 인간관계 유지하여 사람 사는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 말 한마디 잘하고 남의 말 잘 들어주기는 사람 품격의 기준임을 명심하자.          

                                                      2018. 1. 28. 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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